사건은 이 때부터 벌어졌다. 스타크래프트2가 자랑하는 복원 기술을 이용해 경기 복원이 결정됐지만 어느 시점부터 시작할 것인지를 놓고 한국 e스포츠 협회와 kt 롤스터간의 논쟁이 오갔다. 협회 심판진은 53초에 튕겼으니 그 시점부터 해야 한다고 전달했고 kt는 그 이전에 랙이 발생하면서 제대로 일벌레가 이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작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고 팽팽하게 맞섰다. 금세 끝날 것 같았던 논의는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엇갈리면서 1시간 동안 이어졌고 황강호가 튕겨져 나온 상황인 53초부터 속개하기로 결정됐다.
경기는 허무하게 끝났다. 황강호의 전략은 김유진의 앞마당 지역으로 일벌레를 보내 부화장을 지으면서 김유진을 흔드는 것이었고 부화장을 짓는데 성공했지만 김유진이 더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 진작 정찰 보내 놓았던 탐사정으로 황강호의 앞마당과 두 번째 확장이 가능한 12시 지역에 수정탑을 지으면서 더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 황강호는 부화장을 짓지 못하면서 자원력을 늘리지 못했고 김유진은 광전사에 이은 사도를 활용한 공격으로 10분도 되지 않아 항복을 받아냈다. 1시간 동안 항의했던 kt는 허무해졌고 그 뒤에 출전한 전태양마저 김유진에게 무너지면서 승기를 내줬다.
kt가 강력하게 항의한 이유는 전략이 발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황강호가 준비해온 전략이 전진 부화장이었고 이를 통해 김유진의 심리를 무너뜨리려 했지만 한 번의 랙(kt 주장에 따르면)과 한 번의 튕김으로 인해 무위로 돌아갔으니 최대한 황강호가 유리한 측면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항의가 1시간 가까이 진행되면서 오히려 kt의 페이스가 흐트러졌다. 코칭 스태프가 항의하는 내내 황강호는 불안한 낯빛을 지우지 못했고 김유진은 화면에서 얼굴을 돌리고 편안하게 의자를 뉘어 휴식을 취했다. 결과는 위에서 언급한 그대로다.
또 한 부류의 피해자는 관객과 시청자들이다. 이날 결승전은 700여 명의 관객들이 현장을 찾으면서 성황을 이뤘다. 지금껏 많은 라운드 결승전이 치러졌지만 이번 결승전은 정말 많은 팬들이 방문했고 라이브 인터넷 방송으로도 13,000여 명이 방송을 봤다. 이 관중과 시청자들은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야 했다.
스포츠에서 항의는 당연한 권리다. 심판도 사람이기에 판정이 100% 정확하지는 않다. 야구나 농구, 배구 등에서는 정심과 오심을 놓고 감독과 심판이 서로 항의하면서 대립각을 세우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항의가 길어지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 감독이 선수들을 벤치로 불러 들이면서 경기가 지연되기도 했다. 그런 폐단을 막기 위해 현재 대부분의 프로 스포츠에서는 비디오 판독을 도입하기도 했다.
e스포츠에 비디오 판독까지는 필요하지 않은 듯하다. 네트워크 사정만 원할하다면 승패에 대한 계산은 게임 안에서 자동으로 진행된다. 사람이 개입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논의를 통해 합의에 이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스킬이 필요하다.
항의 방법도 기술이다. 팀에게 유리한 측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느 수준에서는 인정하면서 물러날 줄도 알아야 한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