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할 수 있는 건 상상이 고작이다. 비록 e스포츠가 다른 스포츠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다고는 해도 재능의 유무에 따라 프로 게이머와 아마추어 게이머가 나뉘고, 때때로 나이는 반응 속도로 환산돼 고개를 가로젓게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22일 하스스톤 마스터즈 코리아(이하 하마코) 시즌5 4강 경기를 취재하고자 경기장으로 향했을 때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을 만났다. '애쉬' 김도언. 비록 4대2로 패배하며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지만 김도언의 도전은 가슴 한 편에 작은 울렁임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김도언이 특별하게 느껴진 이유는 그가 30대이기 때문이다. 김도언은 4강에 진출한 선수 중 '최고령'이었고, 팬들에게 닉네임인 애쉬와 아저씨를 합성해 '애저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어느 누가 30대가 e스포츠 무대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까. 프로게이머의 평균 연령이 25세가 되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놀라운 도전이다.
물론 다른 종목이 아닌 하스스톤이고, 다른 대회가 아닌 하마코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하마코는 하스스톤 아시아 서버에서 3급 이상을 달성한 이용자라면 모두 예선에 참가할 수 있다. 예선을 뚫고 본선에 진출하는 일이 녹록지 않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나 스타크래프트와 비교하면 본선 진출 가능성은 단연 높은 축에 속한다.
'하마코이기에 가능했다'라는 건 그야말로 하마코의 매력과 e스포츠의 장점을 설명하는 말이기도 하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기에 실력을 키우기 용이하고, 또 언제라고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하스스톤처럼 흔히 '피지컬'이라 부르는 즉각적인 반응과 움직임 대신 심리전과 지능을 겨루는 승부라면 더욱 그렇다.
30대의 도전을 보고 가슴 한 켠이 찌릿했던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무대 위에 올라 관객들 앞에서 열정을 뽐낼 수 있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