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브링어와 남그래플러, 빙결사가 리그에 처음 등장해 활약했을 때 그랬던 것처럼, 지난 주 경기에서 액션토너먼트에 신선한 캐릭터가 대활약을 펼치며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바로 여런처 '깜지컬' 김상재 선수가 그 주인공입니다.
◆한 많은 런처의 계보
던파 1차리그부터 모습을 드러냈던 '족보있는' 캐릭터이지만, 그간 런처 플레이어들은 유독 고비 때마다(다양한 이유로) 무너지며 한 많은 계보를 이어왔습니다. '피격 시 소환물 소환' 옵션이 있는 아이템 사용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고, 결정타로 사용한 회심의 양자-익스 콤보가 스턱나며 '스턱의 상징'처럼 여겨진 적도 있었습니다. 강력한 원거리 견제에 비해 근접 카운터 판정의 성능이 낮아 밸런스 담당자의 골머리를 앓게 하기도 했구요.
길었던 암흑기를 지나, '여런처'의 등장과 신규스킬 추가로 인해 런처는 조금씩 빛을 보며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강력한 견제기인 캐넌볼과 낙하지점이 표시되지 않는 양자폭탄의 변화로 중거리 공방에서 이득을 볼 수 있게 됐고, 여런처의 하단 잡기와 우수한 스킬판정이 더해지며 결투장 유저들에게 어필하기 시작한 것이죠.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결투장에 대한 열기가 높은 중국에서는 많은 선수들이 일찌감치 여런처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연마한 결과, 정규리그에서 우승할 정도로 큰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액션토너먼트에서는 런처 직업군이 큰 활약을 보여준 적이 없습니다. 5년 이상 리그에 참여해 온 선수들은 대부분 근접돌격형 캐릭터가 많았고, 반격기나 피격기가 없는 런처는 레인저에 비해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죠.
◆등장과 동시에 4인 올킬, '깜지컬' 김상재
지난 2회차 단체전에 'Nomercy' 팀 소속으로 등장했던 김상재는 1세트 3:3 대장전에서 팀의 마지막 주자로 출전, 여넨마스터 김진과 남스트라이커 문형서를 완벽한 경기 운영으로 잡아냈습니다.
여런처는 남런처에 비해 기본 띄우기 스킬의 타점이 낮아 바닥콤보에도 능하고, 스프리건 잡기가 하단판정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퀵스탠딩 심리전에서 우위를 점하는데, 이 부분에서 김상재의 타이밍 캐치는 완벽했습니다. 콤보에 있어서도 무리하게 후딜레이가 긴 스킬보다는 기본기 위주로 안전하고도 착실하게 데미지를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구요.
2세트 경기였던 4:4 풀매치에서는 김상재의 피지컬이 빛을 발했습니다. 슈퍼아머가 있어 여런처에 대한 상성이 좋은 남스트라이커로 버거퀸스톰X가 반격에 나섰지만, 완벽한 견제와 상대의 실수를 놓치지 않는 김상재의 노련함을 이기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또 전 경기의 HP가 이어지는 대장전 모드에 비해 풀매치는 매 경기를 100% HP로 진행하기 때문에 전략적인 HP 갉아먹기 전략도 어려운 상황이었죠.
로그 김성진과의 대전에서도 초반 카운터에 성공한데 이어 로그의 '허물벗기'까지 캔슬시키며 기세를 잘 가져왔습니다. 이 경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양자폭탄의 예측 사격이었는데, 기동성이 좋은 캐릭터를 상대로 단순히 데미지를 주는 것을 넘어 본인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전략까지 보여준 장면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소환사 이재혁과의 대전에서 김상재는 '사냥모드'로 변신했습니다. 김상재는 수많은 소환물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소환사 본체를 뽑아내고, 정령 희생으로 소환물의 수가 급격히 감소한 틈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최대 7킬이 가능했던 이 경기에서 김상재가 기록한 킬수는 무려 6킬, 상성을 무시하는 활약으로 여런처 돌풍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는 장면이었습니다.
◆크루세이더의 지존마저 잡아낸 개인전
액션토너먼트 단체전 3회 우승, F1결투천왕대회 단체전 우승에 빛나는 크루세이더의 지존 '범신' 김도훈. 특히 여런처에 대한 상성이 좋다고 평가받는 크루세이더였기에 김상재와의 개인전에서 손쉽게 승리할 것이라고 모두가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상재는 원거리 견제와 '신성한 빛'에 대한 회피동작, 위기의 랜드러너까지 타이밍 좋게 도와주면서 1세트를 가볍게 승리했습니다. 특히 '신성한 빛'이 물리 공격에 대한 무적판정을 가지기 때문에 런처의 공격을 대부분 무마시키는 상황에서도 김상재는 정확한 거리재기를 통해 경험 많은 김도훈을 괴롭혔습니다.
유난히 양 선수 모두 스턱이 많았던 이번 경기였지만, 김상재는 정확한 양자폭탄 낙하와 바닥 뽑아내기를 통해 유리한 흐름을 놓치지 않으며 2:0 승리를 가져갔습니다.
지난 시즌의 핵심이 되었던 남그래플러에 이어, 이번에는 여런처가 리그에서의 비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4:4풀매치 사상 첫 올킬을 기록했고, 크루세이더의 지존마저 잡아낸 김상재와 여런처의 행보가 더욱 기대됩니다.
이번 주에는 개인전, 단체전의 마지막 와일드카드 매치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본선에 합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선수들의 마지막 프리시즌 경기도 많은 관심과 함께 응원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정준 해설 위원
정리=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