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나 정명훈 등 선수 생활을 오래 했던 선수들은 제2의 인생을 준비하기 위해 프로 생활을 그만뒀고 아버지에게 간 이식을 해드렸던 정윤종은 건강상의 이유였으며 스타1에서 연습생으로 시작했던 문성원은 스타2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미뤄왔던 군 입대 때문에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은퇴에 대해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저간에 깔린 근본적인 요인은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고 해서 딱히 돌파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스타2의 인기와 선수들에 대한 대우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 뒤처진 지 오래다. 스타2 프로게이머 생활을 그만 둔 선수들이 개인방송을 하더라도 스타2가 아닌 스타1으로 진행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여기에 블리자드의 리그 정책이 매년 바뀌면서 한국 선수들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지는 것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스타2로 진행되는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를 만들면서 블리자드는 초창기에 스타2 선수라면 세계 어느 지역으로 나가도 된다는 개방 정책을 사용했다. 한국 국적 선수들이 북미, 유럽에서 뛸 수 있도록 오픈했고 외국 선수들이 한국에서 뛰어도 된다고 문을 활짝 열었다.
한국 팀 소속으로 뛰고 있던 선수들은 조금 더 많은 연봉을 준다고 손을 내미는 외국 팀으로 떠났고 북미와 유럽을 싹쓸이했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블리자드는 점차 문을 좁히기 시작했고 2016년 WCS를 기획하면서 비자가 있거나 영주권, 거주권이 있는 선수들에 한해 외국에서 뛸 수 있다면서 문을 닫아 버렸다. 씨가 말라가는 북미, 유럽 지역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생각되지만 외국 팀과 계약을 체결하고 활동하던 한국 선수들에게는 철퇴였다.
한국 선수들의 외국 진출을 장려했던 블리자드가 4~5년 사이에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면서 외국에 나갔던 한국 선수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국내에서도 매년 프로게임단 수가 줄어들면서 프로리그에 참가하는 팀이 7개밖에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 외국에서 활동하던 선수들까지 유턴하면서 수용할 수 없는 상태가 돼버렸다. 그렇게 은퇴한 선수가 리퀴드 '태자' 윤영서다.
스타2 초창기에 윤영서는 임요환이 키우는 선수, 임요환과 닮은 스타일을 가진 선수로 주목 받았다. 아이디인 '태자'도 '황제'의 후예라는 이미지를 담고 있었기에 시선을 끌었다. 국내외 여러 대회에서 정상권을 차지하면서 최고의 테란 중에 하나라고 꼽혔던 윤영서는 슬레이어스에서 리퀴드로 이적하면서 외국 활동에 치중했다. 블리자드가 한국 선수의 외국 진출을 장려하던 시절에 드림핵, 홈스토리컵 등을 석권했고 IEM 월드 챔피언십 4강에 드는 등 펄펄 날았던 윤영서는 2015년부터 한국 리그로 유턴했고 가끔씩 외국 대회에 출전하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지만 2016년 이마저도 막히면서 은퇴하면서 선수 생활을 접었다.
비단 윤영서 뿐만 아니다. 외국 팀 소속으로 뛰던 선수들 중에는 한국으로 활동 범위가 축소되면서 후원이 끊긴 사례가 많다. 3~4년전만 해도 이름 깨나 날렸던 이 선수들은 국내 대회 예선에서 탈락하면 2~3개월 동안은 할 것도 없는 신세가 되어 버린다.
잘 나갔던 선수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스타2는 새로운 선수층도 거의 없다. 스타2 이외에도 프로게이머 생활을 할 수 있는 게임은 많다. 리그 오브 레전드, 하스 스톤, 피파온라인3 등 굵직한 게임들의 대회가 진행되고 있고 오버 워치 또한 e스포츠 대회를 만들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굳이 스타2로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스타2 업계는 유명한 선수들은 은퇴하고 신규 게이머의 유입은 없는 주판알과 같은 모양의 그래프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이 은퇴한다면 소멸의 길로 접어들 가능성이 적지 않다.
e스포츠의 첫 발을 뗀 종목인 스타2에서 드러난 고령화 사회 현상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