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e스포츠에서도 엘클라시코를 볼 수 있는 거 아니냐'란 말이 많이 들린다. 그도 그럴 것이 e스포츠에 관심을 갖는 해외 명문 축구팀이 늘어났다. 과거에도 분데스리가의 VfL 볼프스부르크가 FIFA 프로게이머를 영입하고, 터키 베식타스 JK의 e스포츠팀을 창단한 사례가 있지만 최근 두 달의 흐름은 그야말로 급류다.
지난 5월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웨스트햄이 FIFA 프로게이머 션 앨런을 영입한 것이 시작이었다. 축구팀에서 FIFA 프로게이머를 영입하다니. 이 때까지만 해도 좋은 홍보가 되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축구가 스포츠라는 범주로 확장되면서 투자는 과감해졌다. 5월 분데스리가의 FC 샬케 04가 유럽 리그 오브 레전드팀 엘리먼츠를 인수하며 리그에 뛰어들었다. 샬케 04는 현재 유럽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십 시리즈(이하 LCS) 2016 서머에서 1승 1패 1무를 기록하며 5위에 올라 있다.
6월엔 프리메라리그의 발렌시아 FC가 하스스톤팀을 창단했다.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또한 오버워치 팀 창단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명문 축구팀들이 저마다 e스포츠에 발을 내딛고 있다.
e스포츠에 있어선 청신호다. 새로운 팀의 창단은 e스포츠의 성장 기반을 다지고 프로 게이머와 지망생들에게 더 폭넓은 기회를 제공한다. 더욱이 오랜 기간 팀을 이끌어온 명문 축구팀이니만큼 안정적인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
그 뿐일까. e스포츠의 인지도를 한층 더 높일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팀의 새로운 소식엔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이처럼 명문 축구팀의 투자로 e스포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면 새로운 팬을 확보할 수 있다. 국제적인 성장의 기폭제가 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프로스포츠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벌어지는 축구팀들의 e스포츠 창단 러시는 유럽의 젊은층들이 e스포츠에 많은 관심이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는 e스포츠 종주국이자 문화를 선도하는 한국으로서도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도 유행처럼 번진 축구팀의 e스포츠 투자가 더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말로 엘클라시코를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욕심도 있다. 그리고 이런 풍조에 한국이 동조해 e스포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한다면 금상첨화다.
e스포츠는 유망주와 같다. 잠재력과 재능, 가능성이 있지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e스포츠를 성장시키는 명문 축구팀의 투자는 좋은 스승처럼 반갑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