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지난 7일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를 보기 위해 아이와 함께 수원 야구장을 찾았다. 응원 막대를 안기고 잡은 자리는 포수 뒤쪽. 아이가 징징댔다. 응원단장과 치어리더들이 있는 자리가 아니라 왜 이 자리라는 항변이었다. 아빠가 응원하는 팀은 3루쪽이라서 그 쪽으로 가야 했는데 치어리더가 없어서 중립석에 앉았다고 변명만 했다.
#3.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서머 시즌이 열리는 경기장. 삼삼오오 모여드는 팬들로 경기장이 가득 찼다. 여름 방학이 시작되고 주말 경기가 되다 보니 만석이다. 어느 팀을 응원하는 팬들이 어느 쪽에 있는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킬이 나올 때 함성을 지르는 쪽이 해당 팀을 응원하는 팬이려니 추측만 할 뿐이다.
e스포츠를 대표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 리그의 현주소다. 상암동 OGN e스타디움과 서초동 넥슨 아레나 모두 상황은 비슷하다. 자기가 응원하는 팀의 앞쪽으로 예매해서 응원하는 '상식'에 기반해야만 누가 어느 팀의 팬인지 알 수 있다. 유니폼을 입고 있는 팬은 아마도 팀이 진행한 이벤트에 참가해서 선물로 받았을 것이다. 가끔씩 보이는 팀 로고가 그려져 있는 응원 도구는 결승전에서 해당 팀이 나눠준 것이리라.
데일리e스포츠 창간 특집을 준비하면서 몇몇 프로게임단 관계자를 만났다. 팀에, 리그에, e스포츠에 관심과 애정을 듬뿍 갖고 있는 관계자들은 장밋빛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현실에 대해 아쉬움도 남겼다. 그 중에 가장 머리 속에 남아 있는 단어는 마케팅이었다. 게임단이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고 싶지만 과연 될까라는 의구심이 먼저 떠오른다고 입을 모았다.
스포츠 마케팅의 기본은 팬의 존재다. 그런 의미에서 e스포츠는 여느 프로 스포츠 못지 않은 팬층을 갖고 있다. 기사마다 댓글이 달리고 온라인 팬 클럽이나 각 게임에 대한 커뮤니티도 활성화되어 있다. 오프 라인에서 열리는 대회들마다 관전하기 위해 직접 예매하는 팬들도 많다.
문제는 팬을 위한 마케팅을 실시할 공간, 기회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프로 스포츠는 팀마다 홈 구장을 갖고 있다. 야구 팀의 예를 들면 SK 와이번스는 인천 문학에 행복드림이라는 야구장을 홈 구장으로 쓰고 있으며 kt 위즈는 수원 종합 운동장에 있는 위즈 파크를 쓴다. 홈 구장을 찾는 팬들에게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이 진행된다. 유니폼 판매를 시작으로, 자주 오는 팬들에게는 등급을 높여주면서 티켓 할인 행사를 여는 등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혜택들을 준다.
e스포츠는 온라인(인터넷)적인 요소가 강하다. 온라인에 베이스를 두고 있는 게임을 매개로 대회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기본이 온라인이라고 해도 온라인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프로 게임단을 비롯한 대회 등은 모두 오프라인에서 진행된다. 팀별로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어 유니폼이나 응원 도구 등을 판매하며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지만 오프라인과의 연계가 필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팀별로 경기장이 만들어지면서 홈 구장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겠지만 요원하다. 시기상조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민은 언제나 필요하다. 상암동 e스타디움이든, 넥슨 아레나든 게임단이 오프라인 마케팅을 시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고 서서히 넓혀가는 일은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 결승에 가는 팀만 팬 서비스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프로게임단들이, 협단체들이 함께 고민해야 파이가 커진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