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엔투스 스타크래프트2 팀은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넥슨 아레나에서 열린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016 3라운드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진에어를 상대로 분투했지만 풀 세트 접전 끝에 아쉽게 3대4로 패했다.
상대가 2015 시즌 통합 결승전부터 시작해 1라운드와 2라운드까지, 연달아 세 번의 결승을 치른 진에어였기 때문에 CJ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경기였다. 물론 2라운드와 3라운드 풀리그에서 CJ가 진에어를 연달아 잡아내긴 했지만 승자 연전 방식에서는 낼 수 있는 카드에서부터 차이가 났기 때문에 진에어가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CJ는 하루 전 아프리카와의 경기에서 많은 것을 쏟아 부은 후였다.
CJ는 이번 시즌 큰 어려움을 겪었다. 시즌 초반 팀 동료의 '배신'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고, 시즌 내내 테란 카드는 한 장밖에 쓸 수 없었다. 여기에 '단독 다승왕'을 거머쥔 김준호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이 극심한 부진에 빠지면서 팀은 '주노 엔투스'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까지 얻게 됐다. 특히 지난 시즌 개인리그 결승까지 올랐던 한지원의 부진이 큰 타격이었다.
그간 CJ가 보여준 승리 공식은 간단했다. 필승 카드 김준호가 1승을 하고 나머지 세 선수 중 한 선수만 승리를 보태 승부를 에이스 결정전으로 이끌고 가면 다시 김준호가 나와 승리하는 것이었다. CJ는 대부분의 경기에서 이런 식으로 승리를 챙겼고, 김준호가 패배하면 팀도 패했다.
때문에 2세트에 출전한 이병렬이 김준호를 잡아냈을 때, 적지 않은 팬들은 진에어의 낙승을 예상했을 것이다. 경기 후 진에어 차지훈 감독이 "이병렬은 제 역할을 200% 해냈다"고 평가했을 정도로 김준호를 부스 안에서 끌어내리는 것이 진에어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그러나 이재선이 '걸어가는 지뢰'라는 참신한 전략으로 이병렬을 저격해 팀을 위기에서 구했고, 장민철의 패배 후 6세트에 출전한 한지원은 이전과 다른 '각성'한 경기력으로 김도욱을 무너뜨리면서 대장 조성주를 불러냈다.
한지원은 조성주와의 경기에서도 초반 팽팽한 구도를 만들어냈지만 최근 약세인 저그가 '끝판왕'까지 뛰어넘기엔 무리였다. 결국 CJ는 상하이행 티켓을 손에 넣지 못했고, 통합 포스트시즌 진출 자격도 아프리카 프릭스에 양보해야만 했다.
한지원의 7세트 패배와 함께 CJ의 2016 시즌도 끝이 났다. 더 이상 치를 경기가 없지만 CJ가 마지막에 보여준 저력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이전의 CJ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였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CJ는 17일 진에어전을 통해 팬들에게 희망을 선물했다. 다음 시즌 CJ의 라인업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만약 이번 시즌과 크게 다르지 않은 라인업을 구성한다해도 팬들은 더 이상 무기력한 CJ가 아닌, 한 방이 있는 CJ를 기다리게 될 것이다.
비록 패배했지만 CJ 선수들도 진에어전에서 보여줬던 자신감과 끈기 넘치는 경기에 대한 기억을 다음 시즌이 시작될 때까지 간직한다면, 분명 차기 시즌 CJ의 순위는 현재보다 더 높은 곳에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