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에도 '닥공' 스타일을 보여주는 팀이 있다. 강현종 감독이 이끄는 아프리카 프릭스다. 아프리카 프릭스는 팬들 사이에서 '전투 민족'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싸움을 선호하는 플레이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롤챔스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대부분의 팀들은 '운영'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쓰이는 운영은 전투해야 할 타이밍과 포탑을 공격하는 타이밍을 구분하며 드래곤이나 내셔 남작 등 핵심 오브젝트를 둘러싼 싸움을 잘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프리카 프릭스는 성적이 눈에 띄게 좋지는 않다. 빅3로 분류되는 락스 타이거즈, SK텔레콤 T1, kt 롤스터에 끼지 못하며 신4강이라 불리는 삼성 갤럭시보다도 성적이 낮다. 성적이 좋은 팀들은 운영을 잘한다는 명제를 전제로 한다면 아프리카 프릭스는 운영형은 아니다.
싸움을 먼저 건다고 100% 승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고 킬이 많은 것도 아니다. 서머 시즌 세트당 킬수에서 1위를 지키고 있는 팀은 락스 타이거즈이고 2위가 kt 롤스터, 3위가 SK텔레콤 T1이다. 아프리카 프릭스는 세트당 11.6킬을 만들어내면서 4위에 랭크되어 있다.
전투를 유발하는 것이 승리를 보장하는 수단이 아님에도 아프리카 프릭스는 싸운다. 왜 그럴까. 강현종 감독은 선수들의 성향이 곧 팀의 성향으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2015년 아나키라는 이름으로 롤챔스에 합류했을 때부터 싸움을 통해 경기를 풀어갔던 아프리카 프릭스는 2016년 강현종 감독과 정제승 코치를 영입하면서 기본기를 다졌다. 한국에서는 '기본기=운영 능력 강화'가 상식이지만 아프리카 코칭 스태프는 기본기는 기본기일 뿐, 전투 본능을 줄일 생각이 없었다. 강 감독은 "선수들의 색깔을 다른 팀과 비슷하게 가져가기 보다는 극대화해서 더 강하게 나타내기 위해 수정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3일 SK텔레콤 T1과의 경기에서 아프리카 프릭스의 공격성은 극에 달했다. 킬 스코어에서 앞서고 있었지만 골드 획득량에서는 뒤처져 있던 아프리카는 싸움을 걸면서 격차를 벌렸다. 1세트에서 24분까지 골드 획득량을 앞서고 있던 SK텔레콤을 상대로 전투를 개시한 아프리카는 31분에 또 다시 싸우면서 승기를 잡았다. 2세트도 비슷했다. 14분부터 27분까지 끌려가던 아프리카는 28분에 벌어진 전투 한 번으로 승리를 확정지었다. SK텔레콤이 받아치기에 능하기는 하지만 아프리카는 상대가 예상치 못한 시점에 전투를 벌이면서 흔들어 놓았고 연승을 달리던 SK텔레콤을 꺾었다.
승리했던 SK텔레콤과의 경기뿐만 아니라 패했던 26일 진에어 그린윙스와의 대결에서도 아프리카 프릭스는 운영을 택하기 보다는 전투를 펼치는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싸워서 이길 때도 있고 괜한 싸움을 걸어서 역전패를 당하는 적도 있지만 '닥공' 스타일은 분명하다.
공격성을 키우기 위해 외국 팀들과 집중 훈련을 하기도 한다. CJ 엔투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손대영 코치의 아이메이나 정민성 코치의 에드워드 게이밍과의 온라인 훈련을 수시로 진행하고 있는 것. 강현종 감독은 "우리 팀 선수들의 전투 본능을 키우기 위해서는 한국 팀과의 연습 경기만으로는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중국 팀과의 훈련을 통해 싸우는 법을 다듬고 있고 최근 들어 성적으로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 프릭스의 경기를 보는 팬들은 속이 시원하다고 평한다. 싸움에서 질 수도 있지만 계속 전투를 거는 모습 자체가 답답한 마음을 뻥 뚫리게 한다는 뜻이다. 상대가 싸움을 걸어 오면 당연히 싸워야 하고 상대가 싸움을 걸 생각이 없으면 먼저 달려들면서 공격하는 모습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롤챔스에서 뛰고 있는 팀들의 스타일이 다 같을 수는 없지만 운영형이 대세인 것은 분명하다. 외국에서도 '코리안 스타일'이라고 불리는 운영 방식은 한국 지역만의 독특한 노하우로 자리를 잡고 있다. 승리를 담보하느 운영형 경기 전개 방식은 자칫 리그가 늘어지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아프리카 프릭스의 닥공 스타일은 루즈해질 수 있는 리그 분위기에 청량감을 주는 탄산수 역할을 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