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라이더, LOL, 하스스톤, 모두의마블 4종목으로 구성된 이번 대회는 어느 때보다 느낌있는 신예들의 활약으로 볼거리를 더했고, 특히 카트라이더 종목에서 터져나온 명장면들은 정규리그 못지 않은 재미를 주었습니다.
오늘은 KEG에 등장한 신예 선수들과 명승부들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새로운 스타들의 등용문이 된 KEG
개막전으로 펼쳐진 카트라이더 32강 D조의 경기. 카트계의 원탑이라 불리는 유영혁과 주행의 달인 김승태가 속한 상황이라 대부분의 팬들은 유영혁의 가벼운 승리를 점쳤습니다. 하지만 초반부터 강원의 김유창이 불굴의 레이스를 펼치며 유영혁과 김승태에 전혀 뒤쳐지지 않는 레이스를 보여줬습니다.
몸싸움과 주행, 센스 등 신예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능력치를 보여준 김유창은 9라운드까지 1위를 지켜냈지만, 역시 경험 많은 유영혁의 반격에 밀려 조 2위로 32강을 마무리했습니다. 비록 이번 대회에서 입상을 하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정규리그에서 많은 팀들의 러브콜을 받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결승전 전반부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경기의 이재혁 선수도 빼 놓을 수 없겠죠. 7번째 트랙이었던 '쥐라기 공룡 무덤'의 재경기 상황이 일어나기 전까지, 이재혁은 선배 라이더들을 압도하는 대단한 플레이를 보여줬습니다.
깔끔한 주행과 사고회피, 회복능력까지 라이더로서 필요한 강점들을 고루 갖춘, 차세대 리그 에이스급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유한 선수였죠. 하지만 결국 어린 나이와 적은 경험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1위를 기록했던 7경기에서
재경기 판정이 나온 이후 이재혁은 끝도 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고, 후반부에는 계속해서 하위권을 기록하며 전체 5위의 성적으로 대회를 마감했습니다.
아직 나이가 어린 선수이기 때문에 멘탈의 약점이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 유영혁, 문호준을 위협할 수 있는 차세대 루키로 성장해 주길 기대합니다.
◆다시 한 번 펼쳐진 0.001초의 승부
32강 D조의 마지막 경기는 동점자 간의 진출자 결정전이었습니다. 6위까지는 패자부활전 진출, 7, 8위는 탈락하는 상황에서 광주의 문민석과 전남의 박재혁이 20포인트 동률로 공동 6위를 기록했고, 결국 이 두 선수는 1:1로 최종 진출자를 가리는 승부에 돌입합니다. 선정된 트랙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에이스결정전의 무덤 '비치 해변 드라이브' 였습니다.
양 선수 모두 큰 실수 없이 엎치락뒤치락 하며 레이스를 펼쳤고, 날렵한 라인보다 안전을 위해 코너링을 넓게 가져가며 일발역전을 노리는 상황, 결국 승부는 마지막 두 번의 코너에서 갈렸습니다. 전남의 박재혁이 칼같은 라인으로 인코스를 파고들며 역전에 성공했고, 문민석은 라인을 너무 크게 열어주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최후의 코너에서 문민석은 드래프트를 발동시키며 마지막까지 박재혁을 쫓았고, 도저히 역전되지 않을 것 같던 거리를 좁혀내는 데 성공하며 동시에 피니시 라인을 통과합니다.
그리고 결과표에 표시된 랩타임은 1:52:713과 1:52:714. 또 한 번 0.001초의 대역전극이 펼쳐지며 문민석은 상위 라운드에 진출했습니다. 카트라이더 대회에서 이런 명승부들이 계속해서 나와 준다면, 조만간 0.001초까지 같은 동률 상황이 나와줄지도 모르겠네요.
◆개인전 우승의 한을 풀어낸 김승태
90포인트 선취 방식의 결승전에서 두 명의 선수가 동점을 이루며 90점을 넘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같은 팀 소속의 유영혁, 김승태였습니다. 두 선수의 17라운드 점수는 93점, 둘 중 한명이라도 2위 안쪽으로 들어온다면 100포인트를 넘기며 경기가 끝날 수 있는 상황이었죠.
마지막 트랙은 '빌리지 고가의 질주'. 중반부까지 약 7명의 선수가 한 데 몰려가며 진흙탕 싸움을 펼치는 와중에 김승태는 사고에 휘말려 7위까지 떨어졌고, 그 사이 유영혁은 선두권에 진입하며 우승을 눈앞에 둔 듯 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사고구간에서 선두권과의 격차를 좁힌 김승태는 앞쪽의 사고를 피해 날카롭게 1위까지 파고들었고, 이를 따라가던 유영혁은 라인을 잃으며 가드레일에 충돌하고 말았습니다.
이 경기의 최종 승자는 김승태. 18라운드 경기에서 1위를 기록하며 103포인트를 기록했고, 유영혁은 4위를 기록하며 97포인트를 기록,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김승태는 생애 첫 개인전 우승의 꿈을 이뤘습니다. 같은 팀원인 유영혁의 그늘에 가려져 2인자, 3인자로 평가받던 과거를 훌훌 털고, 이제 한 팀의 에이스로 부족함이 없는 선수로 성장했습니다. 앞으로도 카트리그 빅3의 아성을 위협할 수 있는 좋은 선수로 자리매김하기를 기원합니다.
개인전으로 펼쳐졌던 KEG에서 수많은 명장면과 루키들이 등장하면서 정규리그에서도 개인전 방식의 성공에 긍정적인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더욱 더 성장할 선수들에게 많은 응원을 부탁드리고, 아울러 계속되는 카트라이더 듀얼레이스의 승부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준 해설 위원
정리=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