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선 CS:GO가 메인 종목으로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다. 이번 기획을 통해 해외의 CS:GO e스포츠 대회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국내에서는 왜 CS:GO가 인기를 끌지 못했는지를 되짚어보기로 했다.
※글 싣는 순서
1. 세계 최고의 FPS 게임 CS:GO와 어두운 그림자
2. 한국에서 사장된 CS…다시 걷기 시작한 CS:GO
◆세계 3대 종목 CS:GO
2015년에만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약 30회가 넘는 프리미어급 대회가 진행됐고, 50여회의 메이저급 대회가 진행됐다. 프리미어급 대회는 총 상금이 최소 5만 달러(한화 약 5천 6백만 원)를 넘는 대회를 기준으로 하며, 메이저급 대회는 평균 총 상금이 1만 달러에 달한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소규모 토너먼트는 수백 건에 달한다.
2015년 가장 큰 상금이 걸리 대회는 ESL One: 카토비체와 ESL One: 쾰른, 그리고 ESL ESEA 프로리그와 드림핵 오픈 클루지나포카였다. 각 대회의 총 상금은 25만 달러였으며, 우승 팀은 10만 달러씩을 획득했다.
이중 가장 권위 있는 대회는 ESL One 시리즈로 1년에 두 차례 대회를 치른다. CS:GO 마이너 대회를 먼저 치러 상위 레벨로 가는 팀을 추려낸 뒤 CS:GO 메이저 대회인 ESL One을 통해 우승 팀을 가리는 방식이다. 한국에서는 지난 5월 넥슨 아레나에서 CS:GO 아시아 대회가 열린 바 있다.
◇해를 거듭할 수록 커지는 대회 규모
ESL One의 상금 규모는 2016년 들어서면서 대폭 확대됐다. 7월 초 열린 ESL One: 쾰른의 경우 25만 달러이던 총 상금이 1백만 달러로 4배나 증가한 것. 연초 ESL One: 카토비체가 개최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2배 이상 커진 규모다.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SK 게이밍은 단숨에 5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드림핵도 CS:GO를 위한 대회인 마스터즈를 신설해 25만 달러의 총 상금을 내걸었다.
미국에서는 MLG 메이저 챔피언십이 신설돼 1백만 달러의 총 상금을 내걸었으며, 미 케이블 방송사인 TBS는 E리그라는 새로운 대회를 직접 개최해 연간 280만 달러의 총 상금을 내걸었다. 세계 최고의 팀들이 모인 E리그는 인터넷 방송이 아닌 케이블TV를 통해 미 전역에 방송 중이다.
◇'바쁘다 바빠' 넘치는 대회들
대회가 워낙 많다보니 팀들도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메이저 팀들의 경우 유럽 각지와 미국, 중국 등지를 한 달에만 평균 10여 차례 오가고 있다. 온라인 대회까지 겹치는 날엔 하루 3~5건의 경기를 소화해야만 한다.
이렇게 많은 대회 속에서 2015년을 기준으로 가장 많은 상금을 벌어들인 팀은 프나틱이다. 17개의 대회에서 우승, 7개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프나틱은 2015년에만 86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프랑스의 엔비어스는 8개 대회에서 우승해 51만 달러 이상을 벌었고, 폴란드의 버투스 프로 역시 2015년 누적 상금이 50만 달러를 돌파했다.
◆16년 장기 집권의 비결은?
CS 시리즈는 2000년부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단순히 적을 제압하는 것에만 집중하던 기존의 게임들과 다르게 자금 시스템을 도입해 게임 내 운영을 복잡하게 만들었고, 플레이어들은 순발력뿐만 아니라 두뇌싸움까지 집중해야했다.
2000년부터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사이버애슬릿 프로페셔널 리그(CPL)에서 미국 팀들은 스웨덴이나 독일 같은 유럽의 강호들을 맞아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기 시작했고, 이 때 부터 미국의 3D의 'Ksharp' 카일 밀러나 SK 게이밍 'HeatoN' 에밀 크리스텐슨 같은 선수들이 괴물 같은 플레이를 선보이면서 팬들을 열광케 만들었다.
CPL은 하부 리그인 사이버애슬릿 아마추어 리그(CAL)를 운영하면서 북미 팀들이 체계적인 대회 활동을 할 수 있게 도왔다.
유럽에서는 드림핵과 일렉트로닉 스포츠 월드컵(ESWC)이 꾸준히 개최되면서 점차 CS 대회의 규모를 넓혀갔고, 한국에서 시작된 월드 사이버 게임즈(WCG)도 CS를 메인 종목으로 내세우면서 인기를 끌었다.
◇'컨디션 제로'와 '소스'의 잇따른 흥행 실패
2005년에 시작됐던 월드 e스포츠 게임즈(WEG)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대결 구도에 한국과 중국이 참여하면서 더 많은 이야기 거리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유저들은 수많은 대회에서 나온 프로게이머들의 경기 영상을 보면서 '따라 하고픈' 욕망을 게임 내 플레이로 승화시켰고, 자연스럽게 유저간의 경쟁을 생활화했다.
그러나 2004년 출시된 CS:컨디션 제로와 새로운 물리 엔진을 탑재한 CS:소스가 연달아 흥행에 실패하면서 후속작으로의 세대교체를 이루지 못했고, 2011년부터 인기가 시들기 시작했다.
CS의 개발사인 밸브는 2012년 여름에 CS:GO를 시장에 내놓았고, 전장을 떠났던 CS 팬들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글로벌 오펜시브로 이룬 '왕의 귀환'
CS:GO는 CS:1.6의 HLTV에 비해 많은 것이 개선된 관전 모드 GOTV를 내놓으면서 e스포츠 경기를 한층 더 쉽고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한 게임 플레이와 경기 관전을 통해 다양한 아이템(무기 스킨)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들었고, 다양한 베팅 사이트를 통해 스킨을 추가로 획득하거나 유저끼리 거래할 수 있게 했다.
유저들은 유명 팀 간의 대결 결과를 예측하면서 스킨을 베팅했고, 이는 자연스레 e스포츠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밸브는 스킨 거래에 수수료를 붙여 막대한 수익을 올렸고, 유저들도 스킨을 팔아 현금화하면서 수익을 올려 만족감을 얻었다.
◆베팅 과열이 불러온 위기
하지만 최근 들어 CS:GO의 스킨을 이용한 베팅 시장이 과열되면서 부작용이 나오기 시작했다. 적지 않은 유저들이 스킨 거래의 본래 목적을 떠나 수익을 얻기 위한 베팅에 열을 올렸기 때문인데, 게임은 즐기지 않고 현금을 스킨으로 바꿔 우회하는 방식으로 도박에만 참여한다는 지적이 이곳저곳에서 쏟아져 나왔다. 한 마디로 CS:GO의 스킨이 카지노의 칩처럼 돼버린 것이다.
특히 법적으로 도박 참여가 불가능한 미성년자들의 도박이 큰 문제가 됐는데, 최근엔 도박에 참여한 한 미성년자의 부모가 도박을 관리하지 않고 조장한다는 이유로 개발사인 밸브와 CS:GO 베팅 사이트들을 고소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베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CS:GO의 스킨 거래가 많은 이윤을 남기기 때문이다. 특히 극소수만이 취할 수 있는 한정판 스킨의 경우엔 그 가격이 수천만 원을 호가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킨이 결국 돈 그자체가 되다보니 해외 대회에서도 종종 승부조작 사례가 나오기도 한다. 밸브는 승부조작범들을 자신들이 주관하는 대회에서 영구적으로 퇴출시키는 초강수를 두고 있지만 쉽게 뿌리가 뽑히진 않고 있다.
최근 들어 CS:GO 도박에 대한 경각심이 화두가 되자 그간 잠잠하던 밸브도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CS:GO라운지를 비롯한 수십 개 도박 사이트에 공문을 보내 자신들이 제공하는 스팀 API를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한 것.
밸브의 이러한 요구가 과열된 도박열을 식히고 건전한 e스포츠 시장을 형성하는데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