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라이더 리그에서도 '만년 기대주'가 있었습니다. 바로 김승태입니다. 그는 2012년 리그에 처음 등장할 때부터 '될 성 부른 떡잎'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안정적인 주행 실력과 타임어택 모드에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기본기가 전문가들의 눈에 띈 것이죠. 문호준, 유영혁, 전대웅의 '빅3' 장기 집권 체제가 형성되자 팬들은 새로운 얼굴을 원했고 김승태는 단연 독보적인 존재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김승태는 방송 경기에서 긴장하는 버릇을 고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자신의 실력을 믿지 못해 문호준, 유영혁 등 네임밸류가 높은 선수들과 맞대결 할 때마다 주눅이 들곤 했죠. 연습실에서 실력은 최강이었지만 방송경기에서 김승태는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했습니다.
4년 동안 김승태는 자신의 이름으로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습니다. 팀전으로 바뀐 뒤 몇 번의 우승을 차지했지만 자신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는 못했죠. 대부분 에이스인 유영혁이 만들어 놓은 우승 버스에 탑승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 전부였습니다. 이제 그에게는 '만년 기대주'라는 말조차도 붙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의 머리 속에 잊혀지는 선수가 될뻔한 김승태는 2016년 드디어 스스로 벽을 부수는데 성공했습니다. 유영혁과 정면 승부를 펼친 대통령배에서 당당하게 우승을 차지한 것이죠. 김승태는 대선배인 유영혁을 상대로 공격적인 레이싱을 펼치며 생애 첫 개인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사실 김승태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생각했습니다. 항상 그 자리에 머무는 스스로에게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고 합니다. 재능이 없다는 생각에 다른 길로 가야 할 것 같다며 꿈을 포기하려고 했습니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도전했던 이번 시즌. 김승태는 드디어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대통령배 우승을 계기로 자신감을 회복한 김승태는 지난 20일 경기에서 같은 팀 유영혁이 초반 사고에 휘말리며 뒤로 밀리자 혼자 앞으로 치고 나갔고 두 번의 1위를 거머쥐며 팀에 승리를 안겼습니다. 유영혁이 없어도 김승태가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입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했던 '만년 기대주' 김승태.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김승태의 질주가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바라봅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