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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삼성의 '소년만화' 롤드컵에서도 이어가길

[기자석] 삼성의 '소년만화' 롤드컵에서도 이어가길
삼성 갤럭시가 완전히 새로운 멤버로 2년 만에 다시 한 번 롤드컵 무대를 밟게 됐다.

삼성은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OGN e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한국 대표 선발전 결승에서 kt 롤스터를 세트 스코어 3대2로 꺾고 승리, 락스 타이거즈와 SK텔레콤 T1에 이은 한국의 세 번째 롤드컵 진출 팀이 됐다.

삼성의 승리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삼성이 kt를 상대로 단 한 세트도 승리한 적이 없을 정도로 지독한 천적 관계였기 때문이다. 불과 3주 전 열린 서머 포스트 시즌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삼성은 kt에게 완패를 당했다.

때문에, 삼성이 kt를 상대로 한 세트만 따내도 성공일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삼성은 포기하지 않았고, 시작부터 기선을 제압하더니 결국 kt라는 큰 산을 넘어섰다.

극적으로 롤드컵 진출을 확정지은 삼성 선수들 대부분은 감격에 겨운 눈물을 흘렸고, 그 눈물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마치 소년만화의 주인공들처럼.

특히 미드 라이너 '크라운' 이민호는 경기가 끝남과 동시에 오열했고, 경기를 마친 뒤 과호흡으로 응급실까지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리그를 통해 데뷔한 이민호는 잘 알려진 대로 스타크래프트 연습생 출신이다. 스타크래프트가 아닌 LoL을 통해 프로게이머가 됐지만 그가 유니폼을 입은 팀은 우승과는 동 떨어진 전력을 가진 팀이었고, 때문에 '높은 곳'에 대해 누구보다 갈망이 심했을 테다.

그런 갈망을 이민호는 연습으로 풀었다. 롤챔스 중계진이 극찬할 정도의 연습 벌레인 이민호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고, 그 눈물엔 지난 몇 년 간의 서러움과 고생들이 응축돼있었다. 이민호의 연습은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톱 라이너 '큐베' 이성진이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뒤 처음 배운 것은 아마도 '지는 법'이었을 것이다. 2014년 구 삼성의 선수들이 모두 팀을 떠나면서 신인 선수들로만 이루어진 팀이 구성됐고, 2015년 스프링 시즌에 삼성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얻어맞는 일뿐이었다. 이성진은 그렇게 패배를 밥 먹듯이 했고, 지옥의 승격강등전까지 거치면서 아주 천천히 성장했다. 그리고 네 번째 시즌 만에 결국 그 결실을 맺게 됐다.

이성진이 상대한 '썸데이' 김찬호는 롤챔스는 물론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톱 라이너다. 그런 김찬호를 상대로 이성진은 뛰어난 플레이를 선보였고, 특히 마지막 5세트에서는 케넨으로 대활약을 펼치면서 kt 격파의 선봉장 역할을 해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뤄낼 수 있던 성과였다.

원거리 딜러를 맡고 있는 '룰러' 박재혁은 지난 시즌 2부 리그인 챌린저스 코리아에서 스타 더스트 소속으로 데뷔한 뒤 서머 시즌에 삼성 유니폼을 입으면서 처음으로 롤챔스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신예답지 않은 패기와 라인전 실력을 선보이면서 삼성의 원거리 딜러 고민을 단번에 해결했고, 결국 팀을 롤드컵 무대까지 올려놨다. 롤챔스에 신인왕 제도가 있다면 2016년 신인왕은 단연 박재혁일 것이다.

서머 시즌에 들어오면서 원거리 딜러에서 서포터로 포지션을 변경한 '코어장전' 조용인은 그간 많은 일을 겪었다. 첫 소속팀인 큐빅(빅파일 미라클)은 눈에 띌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고, 재정난을 겪다가 약 1년 만에 해체됐다.

이후 조용인은 북미 챔피언십 시리즈의 디그니타스에 입단해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첫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서머 시즌이 시작됨과 동시에 선발 경쟁에서 밀려났고, 꼴찌를 기록한 팀은 승격강등전에서도 드래곤 나이츠에 패하며 2부 리그로 떨어졌다. 결국 디그니타스는 챌린저 시리즈의 시드권을 판매했고, 북미 팀을 정리했다.

소속팀이 두 번이나 없어진 조용인은 2016 스프링 시즌에 삼성 유니폼을 입었지만 '스티치' 이승주와 포지션 경쟁을 벌였고, 불안정하다는 평가를 받아야만 했다. 결국 서머 시즌에 서포터로 보직을 변경했지만 '레이스' 권지민에 밀려 선발 기회를 거의 잡지 못했다. 때문에 한국 대표 선발전에서 권지민을 대신해 선발로 기용됐을 때 부담감이 심했을 테지만 조용인은 이를 잘 이겨냈고, 제 몫을 다해내며 삼성의 롤드컵 진출에 크게 일조했다.

서포터 권지민은 이번 결승전에 출전하지 않아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지만 서머 시즌 삼성이 4위를 하는데 핵심 역할을 해낸 선수다. 권지민 역시 조용인과 마찬가지로 여러 팀을 거쳤고, 2014년에는 SK텔레콤 T1 K에 들어갔지만 '푸만두' 이정현에 밀려 몇 번 경기를 치러보지도 못했다.

권지민은 삼성에서 주전 자리를 꿰차며 후보의 서러움을 날렸고, 팀과 함께 성장하면서 팀에선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됐다.

마지막으로 정글러인 '앰비션' 강찬용. 1세대 프로게이머인 강찬용은 MiG와 아주부 블레이즈, CJ 엔투스를 거쳐오면서 롤챔스, MLG, IEM, WCG 등 다양한 대회에서 정상의 자리에 오른 베테랑이다. 하지만 유독 롤드컵과는 인연이 없었다.

2016년에 중하위권 전력의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강찬용은 롤드컵과 한 발 더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팀에서 원했던 역할을 100% 이상으로 해냈고, 삼성을 지금의 위치까지 끌어올렸다. 만약 강찬용이 없었다면 삼성의 롤드컵 진출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삼성의 심장 이식 수술은 대성공이었고, 마지막 순간 화염의 드래곤까지 연달아 나오는 운이 겹치면서 강찬용의 롤드컵을 향한 꿈까지 이뤄졌다.

이렇듯 삼성 선수들에겐 자신들만의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롤드컵 진출로만 이 이야기가 끝나선 안 된다. 소년만화가 이대로 끝난다면 시시하지 않은가. 세계를 무대로 더 많은 이야기를 써내려갈 수 있도록 담금질을 해야 한다.

삼성이 kt를 상대로 믿을 수 없는 승리를 따냈던 것처럼, 롤드컵에서 4년 전의 'TPA 쇼크'를 재현하는 것도 불가능은 아닐 테니 말이다.


이시우 기자 (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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