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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희망의 끝' 요그사론, 대회에서 금지하자

[기자석] '희망의 끝' 요그사론, 대회에서 금지하자
국내에서 가장 명성이 높은 하스스톤 대회인 하스스톤 마스터즈 코리아(이하 하마코)의 6번째 시즌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고, 블리즈컨을 진출자를 가리는 한국 대표 선발전이 한창이다.

여러 대회가 꾸준히 개최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하스스톤을 e스포츠로 봐야 하는가에 대한 시선은 저마다 다르다. '따효니' 백상현이 북미 게임단 클라우드 나인에 입단하고, 국내에서도 ESC 나이트메어가 창단되며 프로게이머의 입지가 다져지고 있으나 운이 주가 된다는 이유가 발목을 잡았다.

부정할 수는 없다. 리그 오브 레전드나 오버워치에 비하면 하스스톤은 운이라는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 손패에 어떤 카드가 들리는지, 다음에 어떤 카드가 나오는지 등 실력으로 좌우할 수 없는 부분들에 승패가 걸려있다. 매 순간의 판단은 그 이후의 문제다.

특히 몇몇 카드들은 하스스톤에 쏟아지는 '운빨 게임'이라는 비난을 더욱 거세게 만들었다. 정규전이 시행된 후 많은 하스스톤 게이머들이 반겼던 건 '누군가 조종하는 벌목기'와 '박사 붐'을 사용할 수 없게 된 점이었다. 누군가 조종하는 벌목기의 죽음의 메아리로 소환되는 하수인과 박사 붐의 폭탄이 입히는 피해량 등 운적인 요소가 게임에 지나치게 개입되어 있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복병이 있었다. 정규전의 도입과 함께 출시된 확장팩 '고대신의 속삭임'에서 그야말로 운을 시험하는 하수인이 등장한 것이다. 전설 등급의 하수인 '희망의 끝 요그사론'은 이용자가 사용한 주문 수만큼 무작위 주문을 난사하는 전투의 함성 능력을 가졌다.

희망의 끝 요그사론의 효과는 양날의 검이다. 나에게 유리한 주문이 나올지 불리한 주문이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일런트슬레이어' 오병민은 희망의 끝 요그사론이 선택할 수 있는 양날의 검이기 때문에 위험 요소가 적다고 말한다. 내가 불리한 상황에서만 사용하면 '밑져야 본전'이라는 논리였다.

실제로 하마코 시즌 6에선 불리한 상황을 맞아 희망의 끝 요그사론을 소환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마법사와 드루이드가 주로 사용했고, 꽤 이득을 많이 봤다. 특히 8강 B조 1경기 '장나라' 김동혁과 '스틸로' 조강현과의 3세트에선 말도 안 되는 장면이 연출됐다.



생명력이 24로 내려가고 필드 열세에 놓여있던 김동혁이 희망의 끝 요그사론을 내려놨다. 혼절시키기로 공격력이 올라간 거품 무는 광전사가 손으로 돌아갔고, 야생의 부름과 얼음 회오리, 자연의 군대, 은폐가 연달아 시전되며 필드가 뒤집혔다. 암흑 불길로 조강현의 하수인을 모두 처리한 것 또한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그 순간은 함성을 만들어낸 명장면이었을지언정 e스포츠로 보기에는 부끄러운 장면이다. 하스스톤이 e스포츠로 성장하려면 운이라는 요소를 조금씩 제거해나가야 한다. 하스스톤은 선수들의 판단만으로도 흥미로운 경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또한 판단과 실력으로 경기가 판가름나야 팬들의 인정을 받는다.

그러려면 희망의 끝 요그사론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미 해외에선 희망의 끝 요그사론을 공식 대회에서 금지시켜야 한다는 주제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찬성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덱에 넣는 것, 제 타이밍에 내는 것을 실력으로 보기엔 희망의 끝 요그사론이 갖는 랜덤성과 운적인 요소가 지나치게 강하다. 선수들의 두뇌 싸움을 관람하는 하스스톤 경기에는 마이너스 요소가 될 뿐이다.

e스포츠에선 개인의 기량이 맞붙는다. 희망의 끝에서 운에 승리를 맡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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