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 게임즈가 제작한 스타리그 시즌2 결승 예고 영상.
SK텔레콤 T1 박령우와 삼성 갤럭시 강민수의 스타크래프트2 스타리그 시즌2 결승전은 기상 현상에 비유할 수 있다. 박령우의 아이디는 'Dark'로, 어둠을 뜻하고 강민수의 아이디는 'Solar'(햇빛)이다. 박령우가 강민수를 제압한다면 일식이 일어날 것이고 강민수가 박령우를 잡아낼 경우 해의 시대가 열린다고 풀이해도 된다.

◆시즌1을 지배했던 어둠, 시즌2도?
박령우는 스타2 스타리그 시즌1의 우승자다.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으로 진행됐던 시즌1에서 박령우는 승자 결승에서 강민수를 만나 4대2로 승리했다. 최종 결승전에서 다시 만날 가능성도 있었지만 강민수가 김대엽에게 무너지면서 박령우는 김대엽을 상대했고 또 다시 4대2로 승리하며 데뷔 첫 개인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상승세를 탄 박령우는 시즌2에서도 결승에 올랐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16강 A조에서 주성욱, 최성일, 한이석과 한 조에 속했던 박령우는 주성욱을 조 1위로 8강에 진출했고 전태양을 3대1, 4강에서는 같은 팀 김도우를 4대3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역대 스타2 개인리그에서 지난 시즌 우승자가 차기 대회 결승에 올라간 케이스는 거의 없다. 시즌 단위 대회에서는 한 번도 없었고 그나마 단기 토너먼트까지 포함하면 2014년 주성욱이 GSL 시즌1에서 우승한 뒤 글로벌 토너먼트에서 정상에 선 것이 유일하다.

◆어둠 드리울 틈도 없이 빛이 든다
강민수는 5년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개인리그 결승전에 올라갔다. 2011년 연습생 자격으로 삼성에 입당한 강민수는 스타2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팀의 에이스로 성장했지만 개인리그와는 지독히도 인연이 없었다. 외국에서 열린 대회에 자주 출전했던 강민수는 드림핵에서만 3번 우승하면서 외국 대회에 강력한 면모를 보였다.
스타리그 시즌1에서 우승에 도전할 기회가 있었지만 강민수는 박령우의 벽에 막혔고 김대엽에게 패자 결승에서 또 다시 패하면서 결승 무대에 서지 못했다. 권토중래하고 도전한 시즌2에서 강민수는 화끈한 경기력을 발휘했다. 16강 C조에서 2전 전승으로 1위로 올라간 강민수는 8강에서 같은 팀 동료 프로토스인 백동준을 3대0으로, 4강에서는 아프리카 프릭스의 프로토스 조지현을 4대1로 제압했다. 세트 기준으로 전체 성적 11승3패를 기록한 강민수는 데뷔 첫 국내 개인리그 우승을 노리기에 최고의 페이스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최고의 저그를 가린다
2016년 하반기는 저그의 무덤이나 다름 없었다. 프로리그와 GSL에서는 저그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갔다. 프로리그 포스트 시즌에서 저그는 프로토스와 테란에 비해 출전 횟수가 급격히 줄었고 GSL에서는 8강에 한 명도 올라가지 못하면서 암흑기를 맞았다. 그나마 스타리그 시즌2에서는 16강에 올라온 두 명의 저그가 나란히 결승에 올라갔기에 저그의 명맥을 이어갔다.
이번 스타2 스타리그 시즌2에서 누가 우승하느냐에 따라 박령우의 원톱 시대냐, 강민수가 투톱으로 자리매김하느냐가 가려진다. 박령우가 우승한다면 개인리그 2연속 우승을 달성하면서 공허의 유산 시대 최고의 저그로 등극한다. 게다가 WCS 포인트에서도 사상 첫 1만 포인트 달성도 가능해진다. 저그의 점막이 깔리듯 스타2 리그를 어둠이 뒤덮는 셈이다.
강민수가 우승한다면 어둠을 걷어젖히고 광명과 암흑이 공존하는 시대를 열 수 있다. 또 강민수의 소속팀인 삼성 갤럭시 입장에서는 4년만에 개인리그 우승자를 배출하면서 프로리그 부진을 털어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