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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Don't cry, 강민수

스타2 스타리그 시즌2에서 정상에 오른 뒤 오열하고 있는 강민수.
스타2 스타리그 시즌2에서 정상에 오른 뒤 오열하고 있는 강민수.
강민수가 5년간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렸다. 한두 방울 흘린 눈물이 아니라 오열했다. 항상 웃는 모습으로 경기에 임했던 강민수였기에 울음은 의외였다. 우승 이상의 무언가가 강민수를 복받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강민수는 11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KBS 스포츠월드 제2 체육관에서 열리는 스타크래프트2 스타리그 시즌2 결승전에서 SK텔레콤 T1 박령우를 상대로 4대3으로 신승을 거두면서 정상에 섰다.

7세트에서 강민수의 저글링이 박령우의 본진으로 난입하면서 일벌레를 한 기씩 잡아갈 때마다 강민수는 상기되기 시작했다. 맹독충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공격을 성공시킨 강민수의 깔끔한 컨트롤을 극복하지 못하고 박령우가 GG를 치자 강민수는 무대 앞에 준비된 스타리그 우승 트로피를 손에 쥐었다.

트로피의 주인이 된 강민수는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하염없이 쏟아진 눈물을 본 관중들은 일순간 숙연해졌다. 인터뷰 내내 강민수의 목소리는 젖어 있었고 울컥울컥하면서 쉽사리 말을 잊지 못했다.

강민수의 눈물에는 5년의 세월이 담겨 있었다. 2011년 온라인 연습생으로 삼성에 합류한 강민수는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의 마지막 연습생 세대였다. 스타1의 열기가 시들해질 시점이었음에도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는 일념으로 커리지 매치를 통과해 준프로게이머 자격을 얻은 강민수는 불과 1년 뒤부터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를 연습해야 했다. 스타1 개인리그가 사라졌고 단체전인 프로리그에서도 스타1과 스타2가 병행해서 진행되면서 두 종목을 모두 준비해야 했다.

2013년부터 본격적인 스타2 시대에 들어서면서 강민수는 개인리그를 통해 노력의 결과를 조금씩 보여주기 시작했다. 온라인 예선은 수월하게 통과했고 32강, 16강도 무난하게 이겨내며 개인리그에 안 보이면 이상하다는 평까지 이끌어냈다. 하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묘하게도 국내 개인리그에서는 8강 이상 올라가지 못했고 온라인 대회나 외국에서 열리는 대회에서는 척척 우승을 해냈다.

그러던 와중에 강민수는 승부 조작과 관련된 폭탄 선언을 하기도 했다. SNS를 통해 교묘하게 접근해온 브로커의 존재에 대해 공개했고 기사를 통해 공론화됐다. 강민수 덕분에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챈 한국e스포츠협회와 각 팀들은 승부 조작에 대해 집중 조사를 시작했고 수 차례에 걸쳐 가담한 프로게이머들을 구속시켰다.

개인리그에서 대성할 기미를 보였던 강민수는 프로리그에서 부진하면서 심적인 부담을 느꼈다. 특히 2015년 프로리그에서 초반부터 6연패를 달렸던 강민수는 3라운드까지 1승13패를 이어가면서 삼성 갤럭시의 성적 부진의 원흉으로 꼽혔다. 4라운드에서 4승1패를 기록하면서 체면 치레하긴 했지만 삼성은 2016년까지도 라운드 포스트 시즌에도 올라가지 못했다.

스타리그 시즌2에서 강민수는 프로게이머 인생을 걸고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였다. 시즌1에서 자신을 꺾고 우승한 박령우의 모습을 보면서 자극을 받았다는 강민수는 16강부터 승승장구했고 8강에서는 팀 동료 백동준을 3대0으로, 4강에서는 아프리카 프릭스 조지현을 4대1로 꺾었다.

디펜딩 챔피언 박령우와의 결승전을 앞두고 강민수는 하루 6~70 경기씩 500여 경기를 연습했다. 박령우보다 연습할 시간이 1주일이나 적었고 대부분의 한국 선수들이 비시즌을 맞아 쉬고 있었기에 외국에 나가 있는 한국 선수들도 모자라 중국 선수들까지 섭외하면서 부족할 수 있는 훈련량을 메웠다.

팀의 에이스로서 프로리그에서 부진했고 국내 개인리그에서는 8강을 넘지 못했던 좌절의 순간들은 이제 막 20살이 된 청년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었고 넘기 힘든 벽이었지만 강민수는 노력으로 극복했다. 프로게이머로서 첫 성과를 내는 순간이었기에 그간의 설움, 울분이 떠올랐던 강민수는 마음껏 울었다. 무대 위 뿐만 아니라 기자실에 들어와서도 과거를 생각할 때마다 눈물을 보였다. 젖은 목소리로 강민수가 했던 마지막 멘트를 잊을 수가 없다.

"나처럼, 아직 간절하지만 성공하지 못한 선수들에게도 노력의 결실이 돌아가길 기원한다."

'우승자의 사치'로는 들리지 않았다. 누구보다 더 절실하게, 남보다 더 많이 구슬땀을 흘렸던 강민수이기 때문이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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