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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프나틱은 어떻게 세계 최고가 됐나

[기획] 프나틱은 어떻게 세계 최고가 됐나
한국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e스포츠 클럽을 꼽는다면 유럽 SK게이밍과 프나틱, 북미의 이블지니어스를 꼽을 수 있다. 여기에 '현재진행형'이란 단서를 붙인다면 단연 프나틱이 최고의 클럽이다.

2004년 샘 매튜가 창단한 프나틱은 여러 종목 팀을 운영하면서 12년 동안 세계 최고 팀으로 거듭났다. 프나틱은 12년이라는 기간동안 매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라이벌로 평가받던 '명가'들이 하나둘 몰락하는 기간에도 프나틱 만큼은 굳건히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프나틱이 이처럼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기획을 통해 프나틱이 세상에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와 어떤 과정을 통해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지 알아본다. <편집자주>

◆프나틱을 세상에 알린 'vo0' 산더 카시아허
프나틱은 2004년 7월 창단됐다. 2004년 출시된 FPS 게임 페인킬러는 프나틱이 도전한 첫 번째 종목. 퀘이크 시리즈를 즐기던 네덜란드의 'vo0' 산더 카시아허는 2004년에 페인킬러로 종목을 전향하면서 프나틱에 입단, 재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산더 카시아허는 2004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사이버애슬릿 프로페셔널 리그(CPL) 서머와 윈터에서 연달아 우승을 차지했고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일렉트로닉 스포츠 월드컵(ESWC)에서도 우승했다.

프나틱을 세계에 알린 'vo0' 산더 카시아허.(사진=Fnatic.com 발췌)
프나틱을 세계에 알린 'vo0' 산더 카시아허.(사진=Fnatic.com 발췌)

또 2005년 CPL 월드투어에서 다섯 차례 우승하고 세 차례 준우승을 차지했다. 아홉차례 월드투어에서 총 8번의 결승에 진출한 셈이다. CPL 월드투어 그랜드 파이널에서는 당대 최고 게이머였던 'Fatal1ty' 조나단 웬델에게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대회 MVP는 산더 카시아허에게 돌아갔다. 조나단 웬델은 페인킬러에서만큼은 1인자가 되지 못했다.

1년여의 기간 동안 상금으로만 23만 달러(한화 약 2억 5천만 원) 이상을 벌어들이면서 챔피언 타이틀을 싹쓸이한 산더 카시아허는 2005년 유럽에서 선정한 '올해의 게이머' 상과 '올해의 신인' 상까지 수상했다.

하지만 페인킬러의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고 산더 카시아허는 2006년 은퇴를 선언하며 프나틱 유니폼을 벗었다. 2007년에 프나틱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팀에 잠시 복귀하기도 했지만 페인킬러에서 보여줬던 실력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전 세계 프로게이머 중 최단기간 최고의 커리어를 쌓아올린 산더 카시아허의 활약상은 프나틱이란 이름을 세상에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전성기를 불러온 카운터 스트라이크 팀
프나틱은 2005년에 카운터 스트라이크(CS) 팀을 만들면서 몸집을 키웠다. 창단 첫해 성적이 저조하자 비그립 게이밍과 아이볼러스에서 활동하던 선수들을 대거 영입, 팀 재건을 단행했다.

세계를 평정한 프나틱 CS:1.6 팀.(사진=Fnatic.com 발췌)
세계를 평정한 프나틱 CS:1.6 팀.(사진=Fnatic.com 발췌)

프나틱의 CS팀 재건은 성공적이었다. 2006년 많은 대회에서 결승에 올랐던 프나틱 CS팀은 12월 열린 CPL 윈터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최강의 팀으로 우뚝섰다. 이후 2007년 여름부터 2012년까지 총 30회의 챔피언 타이틀을 따냈다.

2012년 말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CS:GO)가 출시된 이후, 프나틱은 다시 CS팀 재건을 시도했다. 새로운 멤버를 조합하기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으나 프나틱은 2013 드림핵 윈터를 제외하고는 좀처럼 우승 트로피를 만져보지 못했다.

'olofmeister' 올로프 카이비엘 구스타프손.(사진=Fnatic.com 발췌)
'olofmeister' 올로프 카이비엘 구스타프손.(사진=Fnatic.com 발췌)

2014년 8월 'olofmeister' 올로프 카이비엘 구스타프손을 발굴하면서 프나틱 CS팀의 전력이 급상승했다. 이때부터 다시 프나틱 천하가 시작됐다. 프나틱은 2014년 하반기 대회를 휩쓸다시피 했고 2015년에도 가장 많은 우승횟수를 기록하면서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서도 안주하지 않다
이렇게 프나틱은 세계 최강의 팀이 됐지만 팀 전략에 대한 기대치는 더 높아졌다. 2016년 4월 올로프 카이비엘이 손목 부상으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프나틱은 출전한 대회마다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우승 상금 40만 달러가 걸려있던 E리그에서는 버투스 프로에게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E리그 우승에 실패한 프나틱은 곧바로 스웨덴 팀 갓센트와 선수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많은 팬들은 프나틱의 갑작스런 선수 트레이드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프나틱이 이처럼 냉정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배경에는 선수 출신의 패트릭 새터몬이 CGO(Chief Gaming Officer)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cArn'이란 닉네임으로 더욱 잘 알려진 패트릭 새터몬은 프나틱 CS팀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주인공이다.

프나틱 CGO를 맡고 있는 'cArn' 패트릭 새터몬.(사진=Fnatic.com 발췌)
프나틱 CGO를 맡고 있는 'cArn' 패트릭 새터몬.(사진=Fnatic.com 발췌)

프나틱은 다른 팀에는 존재하지 않는 CGO라는 자리까지 만들어 패트릭 새터몬이 선수들을 관리하도록 했다. 수년 전 현역으로 활동하며 세계 정상에 섰던 패트릭 새터몬이기에 냉철한 눈으로 선수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는 게 팬들의 평가다.

물론 최근 리그 오브 레전드 팀에서 한국 선수 '감수' 노영진을 내보내는 등 일부 선수 이동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팀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프나틱은 게임에서만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 아니다. 2015년에는 더욱 체계적인 팀 경영을 위해 게임단주 샘 매튜가 일선에서 물러나고 전문 경영인을 영입, CEO를 맡겼다.

◆시장의 흐름을 읽는 선두주자
해외의 팀들이 대부분 그렇듯, 프나틱도 여러 종목의 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전에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배틀필드, 스타크래프트2, 스마이트 팀이 존재했고 현재도 도타2와 리그 오브 레전드(LoL),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등 다양한 팀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버워치 팀까지 창단했다.

프나틱은 새로운 종목에 도전할 때마다 비교적 빠른 행보를 보였다. 가장 큰 효과를 본 것은 역시 LoL이라 할 수 있다. 프나틱은 LoL의 시즌1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2011년 4월에 팀을 꾸렸고 2개월 뒤에 열린 월드 챔피언십(첫 번째 롤드컵)에서 우승했다.

물론 지금처럼 한국과 중국의 팀들이 참여하지 않은, 비교적 경쟁이 쉬운 시기였지만 프나틱의 빠른 투자는 최상의 성과를 냈다. 이때의 우승으로 인해 프나틱의 롤드컵 우승 기념 스킨은 아직까지 게임 내에서 판매되고 있다.

롤드컵 시즌1의 챔피언이 된 프나틱.(사진=LoLesports.com 발췌)
롤드컵 시즌1의 챔피언이 된 프나틱.(사진=LoLesports.com 발췌)

프나틱 LoL 팀은 여전히 유럽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2016년에는 다소 부진하며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지만 2013 스프링부터 2015 서머 시즌까지 6번의 리그에서 총 5회 우승과 1회 준우승을 차지했다.

프나틱의 히어로즈 팀은 강호 디그니타스와 유럽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첫 오버워치 세계 대회였던 ESL 애틀랜틱 쇼다운에서도 프나틱은 4강에 안착, 빠른 성과를 내고 있다.

신규 종목에 대한 빠른 투자도 눈여겨 볼만하지만 잠재력이 뛰어난 선수들을 영입하는 것도 프나틱이 세계 최고의 팀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철저한 브랜드 마케팅
프나틱은 자신들의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팀이다. 팀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자 스틸시리즈와 협력해 마우스 패드와 헤드셋 등을 제작했고, 이는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FPS 게임을 즐겨했던 이라면 큼지막한 프나틱 패드는 한두 번쯤 구경해봤을 것이다.

프나틱은 스틸시리즈 이후에도 다양한 게이밍 기어 업체들과 협력했다. 최근엔 프나틱 기어라는 자체 브랜드까지 선보였다.

팀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쇼핑몰을 구축해 팀 로고가 인쇄된 셔츠와 후드티, 선수들이 직접 입는 유니폼과 모자, 액세서리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프나틱 기어 상품 역시 이곳에서 판매되고 있다.

다양한 상품을 판매 중인 프나틱 쇼핑몰.(사진=Fnatic.com 발췌)
다양한 상품을 판매 중인 프나틱 쇼핑몰.(사진=Fnatic.com 발췌)

프나틱은 상품 판매 외 브랜드 마케팅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유튜브에는 프나틱TV 채널을 생성, 각 팀과 선수들의 경기 하이라이트를 편집해 팬들이 쉽게 활약상을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선수 인터뷰와 다큐멘터리 등을 제작해 일반적인 매체에서는 접할 수 없는 콘텐츠를 생산, 팬들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LoL 팀의 서포터 'YellOwStaR' 보라 킴이 복귀한다는 소식을 2분짜리 티저 영상으로 제작해 프나틱 팬들을 흥분시켰다.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 제대로 간파하고 있는 프나틱TV의 구독자 수는 2016년 9월 현재 3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처럼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팬들의 욕구를 충족 온 능력 또한 프나틱이 세계 최고 e스포츠 클럽으로 자리잡게 된 이유라 볼 수 있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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