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을 찾은 선수들의 표정은 제각각이었다. 먼 곳으로 떠난다는 사실에 신나고 들뜬 선수들이 있는 반면, 해외로 나가는 것이 처음인 선수들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표정이 밝지 않은 선수들도 보였다. 건강상의 이유나 컨디션 난조인 것도 있지만, 큰 대회를 앞두고 벌써부터 큰 압박감과 부담감을 느끼는 눈치였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에서 뛰는 선수들은 매 경기가 펼쳐질 때마다 도마 위에 오른다. 조금이라도 실수를 했다가는 비난의 대상이 되고, 심하게 표현하자면 과격한 텍스트로 난도질을 당한다.
제 아무리 나이가 어린 선수라 하더라도 '프로'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기에 대부분은 자신의 부진과 실수에 대해 들려오는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인신공격이 포함된 공격적인 비난은 그 수위가 너무 세 경력이 오래된 선수들도 적응하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호소할 정도다.
국내 리그에서도 이럴 진데, 세계 강팀들이 모인 롤드컵 무대에서는 어떻겠는가. 롤드컵이 국가대항전은 아니지만 롤챔스는 한국만의 리그고, 롤챔스 팀들은 한국 선수들로만 이루어졌기에 국가대표의 느낌이 강해 팬들도 자존심을 세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롤드컵 시즌에는 패배하거나 부진할 경우 건설적 비판보다 욕설이 섞인 무분별한 비난을 더 많이 봐왔기에 벌써부터 선수들의 심리상태가 걱정된다.
선수들도 보는 눈과 듣는 귀가 있기에 자신에 대한 세간의 평이 어떤지 정확히 알고 있다. 부진했던 선수들은 멘탈이 크게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개선된 모습을 보이려 고군분투하고 있다.
부진에 빠진 선수에게 비난은 결코 약이 될 수 없다. 상황만 악화시킬 뿐이다. 팬의 입장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있다 하더라도 참고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 선수의 부진은 선수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개선될 여지가 있고, 이 때 비난보다 응원이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번 롤드컵은 미국 전역을 돌며 개최된다. 북미 팀들이 단 한 번도 롤드컵에서 우승해본 경험이 없기에 현지 팬들의 응원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울 전망이다. 선수들도 벌써부터 압박감을 느끼는 눈치다.
현지 팬들의 응원도 부담이 되는데, 인터넷을 통한 자국 팬들의 비난이 더해진다면 선수들의 마음은 지쳐버릴 수밖에 없다. 해외 팬들의 함성소리만큼이나 많은 응원 글들로 힘을 더해줘야 한다.
한국은 이번 롤드컵에서 5회 연속 결승 진출, 4회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 수립을 노리고 있다. 락스 타이거즈와 SK텔레콤 T1, 삼성 갤럭시 중 어떤 팀이 그 영광을 안을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팬들의 응원이 더해진다면 한국 팀의 네 번째 롤드컵 우승에 큰 보탬이 될 것은 분명하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