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점은 전승을 거둔 팀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한국의 락스 타이거즈와 SK텔레콤 T1 또한 한 차례 패배하며 1위 독주에 실패했다. 3패를 기록한 유럽 지역의 G2 e스포츠와 스플라이스를 제외하곤 모두가 비슷한 성적으로 1라운드를 마무리했다.
2016 롤드컵은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복병으로 평가받는 대만 리그는 물론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알버스 녹스 루나, 인츠 e스포츠의 경기력도 눈에 띈다.
그간 와일드카드는 롤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8강의 벽을 넘지 못하고 조별 예선에서 물러났으며 가장 좋은 성적이 2015년 페인 게이밍이 거둔 2승 4패일 정도다. 확실히 다른 지역과의 경쟁에서 밀린 와일드카드는 롤드컵의 주연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2016 롤드컵은 다르다.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러시아의 알버스 녹스 루나(이하 ANX)는 조별예선 1라운드에서 2승 1패를 챙겼다. 브라질의 인츠 e스포츠 또한 중국의 강호 에드워드 게이밍을 꺾는 이변을 만들어냈다.
운으로 얻어낸 승리도 아니었다. ANX는 미드 라이너 'Kira' 마이크에일로 하르매쉬와 원거리 딜러 'aMiracle'블라디슬라브 슈헐비나의 활약을 앞세워 승리를 차지했다. 한국 리그와 다름없는 조합 구성으로 단단함을 더했으나 자신만의 색깔은 유지했다. 3일 G2 e스포츠와의 경기에서 서포터 'Likkrit' 키릴 말로피예브가 자국 리그에서 애용하던 브랜드를 꺼낸 것. 대세와 고유한 색깔을 융합한 ANX는 G2 e스포츠와 카운터 로직 게이밍에 승리를 거두고 A조의 복병으로 떠올랐다.
인츠 e스포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30일 중국의 강호 에드워드 게이밍을 상대한 인츠 e스포츠는 톱 라이너 'Yang' 필리페 자오와 정글러 'Revolta' 가브리엘 에누드의 활약을 앞세워 승리를 차지했다. 각각 나르와 리 신으로 슈퍼 플레이를 선보인 두 선수는 팬들에게 확실한 이름을 알렸다. 더욱이 가브리엘 에누드는 라이엇 게임즈가 제작한 '전설! 날아오르다 시즌2'를 촬영했을 정도로 숨은 실력자였다. 비록 이후 경기에서 연패하며 1승 2패로 내려 앉았으나 인츠 e스포츠가 보여준 가능성은 2라운드를 마냥 기대하게 한다.
어느 팀이 8강에 올라갈지, 당장 오늘 경기에서 누가 이길지 롤드컵은 점차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각 조의 운명을 쥐고 흔드는 와일드카드가 있다. LOL 수준을 향상시킨 와일드카드의 성장. 어느 누가 그들의 탈락을 확언할 수 있을까.
ANX와 인츠 e스포츠,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그들은 2016 롤드컵에서 '조커 카드'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