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부터 말하자면 KeSPA컵 우승은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이 가져갔고 롤드컵에서도 한국 팀은 약속이라도 한 듯 2승1패를 기록하면서 한 번씩 패했다.
KeSPA컵에서는 북미 지역 선발전에서 2위를 차지한 'Neeb' 알렉스 선더하프트가 우승을 차지했다. 16강 A조에서 진에어 이병렬과 kt 주성욱을 연파하면서 이변의 주인공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선더하프트는 8강에서는 MVP 박남규를 맞아 3대2로 승리하면서 4강에 올랐다.
4강에서 자신의 롤모델 가운데 한 명인 kt 롤스터의 프로토스 김대엽을 3대1로 제압한 선더하프트는 결승에서 진에어 그린윙스의 프로토스 조성호를 4대0으로 완파하면서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KeSPA컵을 제패했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와 스타크래프트2 종목을 통틀어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외국 선수가 우승을 차지한 것은 16년만이다. 2000년 하나로통신 스타리그에서 '푸른 눈의 전사' 기욤 패트리가 강도경을 꺾고 우승한 이래 오랜만에 있는 일이다.
기욤 패트리와 선더하프트의 사례는 조금 다르다. 기욤은 한국에 정착하면서 한국 서버를 통해 기량을 갈고 닦았지만 선더하프트의 경우 단기 대회를 치르기 위해 한국에 와서 우승한 것이기에 더욱 큰 의미가 있다. 선더 하프트의 우승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특히 스타크래프트-은 한국이 최고라는 이미지를 한 번에 깬 사례라 할 수 있다.
롤드컵에서도 한국은 순항하는 듯했지만 외국 팀의 공세에 한 번씩 덜미를 잡혔다. 16강 D조에 속했던 삼성 갤럭시는 북미 지역 1위로 롤드컵에 출전한 솔로미드에게 완패했고 A조였던 락스 타이거즈 또한 북미 대표인 카운터 로직 게이밍에게 10킬 이상 차이로 무너졌다. B조에서는 2전 전승을 달리던 SK텔레콤 T1은 2패를 당하고 있던 플래시 울브즈에게 초반부터 끌려 다니다가 패배했다.
단편적인 예일 수도 있지만 지난 주에 벌어진 KeSPA컵이나 롤드컵의 결과는 한국 e스포츠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10여 년 이상 e스포츠의 종주국이자 최고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한국이지만 더 이상 안주하고 있을 때는 아닌 상황이다.
KeSPA컵에서 우승한 선더하프트는 1998년생으로 아직 20세가 채 되지 않은 신예다. 스타2를 즐긴지는 꽤 됐지만 올해 초부터 두각을 나타냈고 드림핵 오스틴에서 결승에 오른 뒤 KeSPA컵 우승을 통해 잠재력을 터뜨렸다. 한국에서 스타2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는 선수들이 대부분 20대 중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부럽기 그지 없다. 한국에서는 스타2 종목에서 더 이상 '앙팡 테리블'이라 부를 만한 10대 신예들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우는 거대 자본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14년과 2015년 중국이 엄청난 자본을 들여 한국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롤드컵에서 호성적을 냈던 것을 지켜본 북미 지역은 큰 돈을 갖고 있는 유명 인사들이 프로게임단에 속속 투자하면서 규모를 키우고 있다. 롤드컵에 출전한 솔로미드나 카운터 로직 게이밍, 클라우드 나인이 직접 투자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북미 지역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이 팀들의 실력도 함께 올라간 것은 사실이다.
스타크래프트와 리그 오브 레전드는 한국의 실력이 최고라고 자부했던 종목이다. 한국 팬들의 입장에서 승리는 자명한 사실이었고 얼마나 큰 격차로 무너뜨리느냐, 어떤 슈퍼 플레이가 나오느냐에 주안점을 뒀지만 더 이상 안심하면서 즐길 수 없다.
한국 e스포츠가 어떤 방향을 추구해야만 종주국의 위상을 지킬 수 있을지, 2016년 10월초에 불어온 외국의 역습을 곱씹어 봐야할 때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