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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롤드컵을 감동시킨 말 한 마디




◇G2 e스포츠와의 16강 경기에서 패한 뒤 ANX의 서포터 'Likkrit' 키릴 말로피예프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영상=유투브 발췌).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2016에서 가장 눈에 띈 팀은 알버스 녹스 루나(이하 ANX)다. LoL의 변두리라고 불린 러시아 지역에서 1위를 차지한 ANX는 인터내셔널 와일드 카드 선발전을 통해 롤드컵 무대를 밟았다.

역대 롤드컵에서 와일드 카드 출신 팀들이 8강에 올라간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떨어질 것이라 예상됐던 ANX는 조 편성 운도 따르지 않았다. 한국 지역 1번 시드인 락스 타이거즈, 유럽 지역 1번 시드인 G2 e스포츠, 북미 지역 2번 시드인 카운터 로직 게이밍 등 강호와 한 조에 편성되면서 또 다시 '당연히' 떨어질 팀으로 꼽혔다.

뚜껑을 열어보니 ANX는 상당히 좋은 팀이었다. 16강 1주차에서 락스 타이거즈에게 허무하게 패했지만 G2 e스포츠와 카운터 로직 게이밍을 상대로 승리하면서 주목을 받았고 2주차에서는 락스 타이거즈마저 무너뜨리면서 4승2패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순위 결정전에서 락스 타이거즈에게 패하면서 A조 2위를 기록한 ANX는 와일드 카드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롤드컵 8강에 진출하는 신화를 만들어냈다.

ANX가 주목받은 이유는 성적 이외에도 또 있었다. 라이엇게임즈와 진행하는 인터뷰에서 겸손하면서도 스포츠맨십에 부합하는 말들을 쏟아내면서 실력과 인성 모두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

16강 2주차 경기를 마친 뒤에 가진 인터뷰에서 ANX의 서포터 'Likkrit' 키릴 말로피예프는 모든 사람들이 ANX가 가장 먼저 탈락할 것이라는 예상을 깬 소감을 묻자 "Underdog doesn`t mean Loser(언더독은 패배자를 뜻하는 말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언더독은 언제든 물 수 있는 도전자라는 뜻"이라 덧붙여서 현장 팬들과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전했다.

그는 또 상대 팀이었던 G2 e스포츠에 대해 "5연패를 당했고 탈락이 확정된 G2 e스포츠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경기까지 정말 열심히 임했기에 우리 팀이 졌다"라면서 "G2가 보여준 e스포츠맨십을 높이 산다"고 상대를 높였다.

말로피예프의 인터뷰는 e스포츠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1등만 기억하는 세상에서 ANX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물론 성적이다. 와일드 카드 팀임에도 불구하고 4승3패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기에 인터뷰 기회도 생겼고 시선을 끌었다.

기회가 왔을 때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함으로써 기대감을 더욱 끌어 올렸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말을 해야겠다라고 생각만 갖고 있다고 해서 없던 생각이 입 밖으로 전달되지는 않는다. 평소에 가진 생각을 몸에 배도록 실천해왔기에 자연스레 인터뷰로 나왔을 것이다.

e스포츠를 스포츠라고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은 '선수들이 땀의 중요성에 대해 아느냐'라고 되묻는다. 프로게이머들이 연습, 훈련을 하면서 땀을 흘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건전한 정신을 갖고, 프로다운 마인드를 갖추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로피예프가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ANX의 행보가 8강에서 멈출 수도 있다. 하지만 ANX가 갖고 있는 e스포츠맨십은 누누이 선수들, 관계자들, 팬들 사이에서 회자될 것임은 분명하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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