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리그는 2003년 KTF EVER 컵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열렸다. 동양 오리온, KTF 매직엔스, 한빛 스타즈, GO, 플러스, AMD 드림팀, 삼성전자 칸, KOR 등 8개 팀이 참가했고 정규 시즌 1위는 9승3패를 기록한 한빛 스타즈가 차지했다. 포스트 시즌 우승은 SK텔레콤 T1의 전신인 동양 오리온이 한빛 스타즈를 4대1로 제압하고 초대 우승팀으로 기록됐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으로 진행되된 프로리그는 2004년 부산 광안리에서 전기리그 결승전이 진행되면서 큰 반향을 이끌어냈다. 한빛 스타즈와 SK텔레콤 T1의 결승전을 보기 위해 10만 명의 팬들이 모이면서 성공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2005년 초 MBC게임이 운영하던 팀리그와 온게임넷이 운영하는 프로리그가 통합하면서 단일 팀 단위 리그로 입지를 다진 프로리그는 2005년 여름에도 부산 광안리에서 1라운드 결승전을 열었고 2004년의 기록을 뛰어 넘는 인파를 모으면서 스타리그, MSL 등 개인리그와는 다른 매력을 갖고 있는 리그로 입지를 다졌다.

프로리그는 기업팀 창단의 매개체가 되기도 했다. 개인전이라고 여겨졌던 스타크래프트 리그에 개인전과 팀플레이를 섞어 운영되면서 인식을 바꿨고 팀 개념을 정착시켰다. 단순히 개인 후원이 아니라 팀을 운영했을 때 기업의 홍보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국내 유수 기업들은 프로게임단을 연달아 창단하면서 1020 세대와의 소통 수단으로 삼았다.
초기 멤버인 kt, 삼성 등 대기업이 게임단을 운영하고 있었고 SK텔레콤, CJ, 화승, 동양, 웅진, STX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프로게임단을 만들었고 게임 방송사인 OGN, MBC게임도 창단했다. 이후 IEG 등 향후 e스포츠를 통한 사업을 염두에 둔 사업자들도 프로리그에 참가했다. 후원사들의 반응도 좋았다. 2004년부터 2005년까지 휴대폰 브랜드인 스카이가 후원에 나섰고 2007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신한은행과 50억 원에 달하는 후원을 체결하면서 안정적으로 대회를 운영했다.
프로리그는 두 가지 파고를 맞으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2010년 핵심 선수들이 승부 조작을 벌인 사건에 큰 타격을 입었다. 검찰이 해당 선수들과 브로커 등을 조사했고 혐의가 밝혀지면서 일부 프로게임단들이 해체하며 참가 팀이 줄어들었다. 또 스타2가 출시되면서 개발사인 블리자드와 지적재산권 분쟁이 일어났고 팬들의 이탈을 경험해야 했다.

10-11 시즌까지 스타1만으로 프로리그를 진행하던 협회는 소속 선수들이 스타2로 유연하게 넘어갈 수 있도록 스타1과 스타2를 병행하며 대회를 운영했고 2012년 12월 막을 올린 SK플래닛 프로리그 12-13 시즌부터 스타2로 대회를 진행했다. 국내 팀뿐만 아니라 외국 팀에게도 문호를 개방했고 그 결실로 이블 지니어스와 리퀴드의 연합팀인 EG-TL이 참가하기도 했다.
스타2로 전향하기는 했지만 프로리그는 계속 위축되어 갔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인기에 밀려 스타2의 인기가 줄어들었고 웅진, STX 등 프로게임단을 운영하던 기업들도 경영난을 경험하면서 프로리그에 참가하는 팀들도 줄어들었다.

MVP와 프라임, 스타테일 등 GSTL에서 활동하던 팀들을 받아들이면서 대회를 유지했지만 2015 시즌이 끝난 뒤 프라임의 감독과 선수들이 승부 조작에 가담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고 같은 해 이영호, 정윤종, 정명훈, 원이삭 등 인기 선수들이 은퇴하면서 프로리그는 2016 시즌을 끝으로 14년만에 막을 내렸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