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를 내뿜었던 아스팔트 아지랑이들의 춤이 어느덧 만추가경을 느끼게하는 쌀쌀한 바람으로 변할 만큼 빠르게 시계가 돌아갔다. 지난 8월 개막한 피파온라인3 아디다스 챔피언십 2016 시즌 2가 그 시간변화에 맞추어 끝을 바라보고 있던 12일, 이상태와 송세윤도 그들의 이번 대회 마지막 경기가 될 3?4위전을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종목을 막론하고 대회의 3?4위전은 보통 '이겨도 그만, 져도 그만' 느낌이 강하다. 올림픽처럼 메달이라도 걸려있으면 좋으련만 그다지 크지 않는 상금 차이 혹은 별 다를 것 없는 혜택은 결승 진출 티켓을 놓쳐 풀이 죽은 선수들에게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기엔 부족하다. 실제로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의 경우 1980년 이후 3?4위전을 없애버렸으며 세계 최대의 축구제전인 FIFA 월드컵에서도 3?4위전 폐지론은 꾸준히 주장되고 있다.
하지만 3위에게만 주는 특별한 무언가가 달려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챔피언십 3위, 즉 이상태와 송세윤의 경기에 승자는 피파온라인 세계 대회 EA 챔피언스컵(EACC) 한국 대표 자격이 주어진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국가대표 마크는 두 선수의 의지를 다시 한번 곧추 세울 수 있는 매력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 분명했다. 누군가는 두 선수의 대회가 결승 진출 좌절로 인해 끝났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이 둘의 대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음이 분명했다.
경기 내용도 그렇다. 다전제 중 가장 재미있다는 '패패승승승'이 나왔다. 한 세트, 한 세트마다 짤막하게 정리해보도록 하자.
1세트는 송세윤의 '센스'가 지배한 경기였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로 기록한 선취골이 절정이었다. 이상태의 수비가 촘촘하게 몰린 상황에서 짧고 빠른 패스 연결로 문전까지 다가간 송세윤은 각도가 없는 상태에서 상대 키퍼의 겨드랑이 사이로 공을 때려 넣었다. 전혀 찬스라고 생각하지 못한 상황을 단 한번의 플레이를 통해 결정적 찬스로 바꿀 수 있는 능력. 이것이 바로 송세윤의 '센스'다.
특히 동점을 허용한 후 자신의 장기인 A패스를 통한 결승골이라든지 정확한 크로스로 만들어 낸 헤딩 추가골 등 1세트에서 나온 자신의 세 골을 모두 다른 색깔의 플레이로 기록하는 팔색조같은 경기 운영을 보여줬다.
이어진 2세트는 이상태의 '실수'가 크게 작용했다. 1골씩 주고 받은 동점 상황에서 이상태는 송세윤의 주득점원인 레반도프스키에게 어느 정도 겁을 먹은 듯 했다. 앞선 1세트와 2세트 선제골까지 합쳐 송세윤이 넣은 4골을 모두 레반도프스키가 기록했으니 두려움을 가지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레반도프스키 앞으로 공을 헌납했던 이 실수는 너무나 치명적이었다. 축구에서는 수비가 '겹친다'라고 풀이되는 순간들이 있다. 이런 순간은 '1+1=0'이라는 최악의 공식을 만들어 낼 확률이 크다. 수비수 두 명이 공에 집중한 나머지 서로를 못보고 달려든 순간 이 공은 레반도프스키의 발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2세트 역시 송세윤이 가져갔다.
이날 승부의 반환점이 된 3세트의 키워드는 '기다림'이었다.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다는 긴장감에 승리를 목전에 둔 송세윤이나 무기력한 패배가 기다리고 있던 이상태 두명 모두 중원에서 점유율 잡기에 집중했다. 그리고 이상태와 송세윤 모두 오랜 기다림 끝에 결정적인 장면을 한 번씩 맞았다.
차이점은 이상태의 호베르투 피르미누는 골포스트를 맞추며 어렵사리 골을 따냈지만 송세윤의 아르연 로번이 날린 회심의 슈팅은 이상태의 골키퍼 시몽 미뇰렛이 선방해냈다는 점이다.
이상태의 피르미누와 미뇰렛의 활약은 4세트에서도 이어졌다. 송세윤에게 먼저 골을 내주자 공격 숫자를 크게 늘린 이상태는 다니엘 스터리지의 골로 다시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경기가 종료되기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공을 잡은 미뇰렛이 공을 멀리 던졌다.
수비수 혹은 미드필더들을 평가하는데 있어 주요한 지표가 되는 빌드업은 현대축구에 들어서면서 골키퍼에게도 필수적인 능력이 되어 가고 있다. 단언컨대 미뇰렛이 길게 던진 이 공은 상황과 팀의 역습전개에 있어 최적의 빌드업이었다. 여기에 3세트 결승골의 주인공 피르미누가 다시 한번 골포스트를 맞추는 골을 터뜨리며 경기는 최종 5세트로 향했다.
아무래도 미뇰렛은 기세를 탈대로 탄 모양새였다. 송세윤의 몇번의 찬스를 연속된 선방으로 무산시켰다. 그리고 이렇게 중요한 경기에서는 '미친 선수'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디보크 오리지가 그 주인공이다. 선제골을 어시스트할 때 러닝 크로스는 일품이었고 어떻게든 동점을 만들기 위해 상대 수비라인이 모두 올라오자 동료에게 공을 한번 주고 수비 라인을 그대로 타고 들어가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만드는 장면은 감탄이 나왔다.
1골 1도움. 3?4위전 마지막 세트에 투입된 '미친 선수'가 올린 기록이다. 그리고 '미친 선수'가 나온 팀은 웬만하면 이긴다는 것이 스포츠계의 정설이다. 이번 3?4위전도 정설을 그대로 따라갔다.
'패패승승승'은 그만큼 선수간 치열한 혈전이 펼쳐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팬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한 경기라고 볼 수 있다. 국가대표 자리를 놓고, 그리고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수고해준 승자와 패자에게 모두 박수를 보내며 신예의 파란을 보여준 이들의 활약이 다음 시즌에도 이어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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