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스타에서는 그 흔한 부스걸 한 명 존재하지 않았고 경품을 나눠주는 이벤트도 없었지만 항상 관객들로 북적거리고 한번 들어오면 최소 한 시간 이상 머무는 특이한 부스가 있었다. 지스타에서 그게 가능하냐고 반문할 수밖에 없는,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곳은 바로 글로벌 개인방송 플랫폼 '트위치'였다.
트위치가 관객들의 발걸음을 붙잡은 것은 거대한 선물도 예쁜 여자 모델도 아닌 바로 '콘텐츠'였다. 트위치는 지스타 기간 내내 하루 종일 게임 리그를 개최했다. 첫 날에는 스타크래프트2 올리모리그와 GS:GO 리그, 둘째 날에는 하스스톤과 도타2 리그, 셋째날에는 스트리트파이터, 마지막 날에는 스타크래프트2 팀리그와 철권 국가대항전, 철권 국내리그로 마무리 했다.
보고 즐기는 콘텐츠만으로 꽉 채웠지만 사실 시작부터 이같은 시도가 환영 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기획 단계에서 게임사도 아닌 트위치가 부스걸과 큰 상품이 걸린 이벤트 없이 과연 관객들을 불러 모을 수 있겠느냐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게다가 리그 오브 레전드나 오버워치 등 최근 '핫'한 게임도 아닌 변방의 게임들로 과연 관객들을 얼마나 매료시킬 수 있겠느냐는 걱정의 시선이 많았다.
그럼에도 트위치가 이같은 모험을 감행한 것은 우리나라 관객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보는 눈이 있다는 것을 믿었고 변방의 게임이라 하더라도 분명 이를 즐기는 팬들이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미 트위치는 서울 VSL 스튜디오에서 리그를 진행하면서 변방 게임들이라 하더라도 충분히 파괴력을 지닐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자신들이 만드는 리그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만약 관객들이 외면한다면 그만둘 각오로 이번 지스타를 준비했다고 한다. 게이머들 하나만 믿고 이같은 미친(?)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그들의 도전은 콘텐츠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증명했다. 콘텐츠로 꽉 채워진 트위치는 관람객들의 체류시간이 가장 긴 부스로 꼽혔다. 리그 하나가 최소 2시간, 최대 4시간의 경기를 치렀고 대부분의 관객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 리그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람했다. 어떤 부스보다 체류 시간이 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콘텐츠의 힘은 무섭다. 남들이 버린 콘텐츠도 어떻게 잘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킬러 콘텐츠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트위치가 보여줬다. 좋은 콘텐츠를 알아보는 한국 게이머들의 눈을 확인한 트위치가 앞으로 어떤 행복을 보일지 더욱 기대된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