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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아름다운 이별

kt 롤스터 페이스북 캡처.
kt 롤스터 페이스북 캡처.
며칠 전 kt 롤스터 페이스북에는 몇 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팬들이 스타크래프트2 팀 강도경 감독 이하 선수들에게 감사패와 보조 배터리, 장갑 등을 선물한 사진이었다.

팬들이 선수들에게 선물을 주는 일은 특별하지 않다. 생일이나 데뷔일을 기념해 경기장에서 직접 전달하거나 숙소로 보내는 일은 자주 있었다. 기념일이 되면 팬들은 관계자들에게도 뜻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선물은 특별했다. 프로리그가 끝나면서 각 기업들은 스타크래프트2 팀을 대부분 해체했다. 진에어 그린윙스가 내년에도 스타2 팀을 운영한다고 발표했지만 며칠 전 아프리카 프릭스 스타2 팀도 문을 닫으면서 2016 시즌에 프로리그에 참가했던 대부분의 게임단이 스타2 팀을 해체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스타1)는 한국에서 e스포츠라는 분야가 태동하는 씨앗이 됐다. 1999년 스타리그를 시작으로 수많은 개인리그가 열렸고 프로리그와 팀리그라는 단체전으로 발전하면서 기업들은 게임단을 꾸리면서 마케팅 활동을 위해 활용했다. kt, 삼성, SK텔레콤, CJ, 진에어, 팬택, 웅진, 화승 등 많은 기업들이 게임단을 만들었고 흥망성쇠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공식 리그가 스타1에서 스타2로 이동했고 많은 기업들이 팀을 접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t, SK텔레콤, CJ, 삼성 등 대기업은 10년 넘도록 게임단을 끌어왔고 2016 시즌을 끝으로 프로리그가 막을 내렸으며 소속됐던 선수들은 가슴에서 기업을 로고를 뗄 시점이 됐다. 선수들은 개인 자격으로 리그에 참가하겠지만 팬들이 경기장에서 'OO 파이팅'을 외칠 때 팀의 이름은 들을 수 없게 됐다.

e스포츠에서 팬들은 성장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팬들 입장에서는 선수들이 있기에, 팀이 있기에 자발적으로 응원했다고 하지만 팬들 덕분에 e스포츠라는 분야가 있음이 알려졌다. 경기가 열릴 때마다 응원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고 여건이 안되면 TV로, PC로, 모바일 기기로 경기를 보면서 응원했다. 포털 사이트에 기사가 나오면 다양한 의견을 게재하면서 선수단에게 힘을 보탰고 e스포츠 발전을 위한 의견을 개진했다.

이와 같은 팬들의 열정이 없었다면 기업들이 프로게임단을 만들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며 10년 이상 유지하지도 못했을 것다. 리그 오브 레전드나 스페셜 포스 등 다른 종목으로의 확산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새로운 선수들의 수급도 없었을 것이며 포털에 e스포츠 섹션이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팬들을 위한 마지막 행사를 제안한다. 10년 넘도록-스타1에서 스타2로 종목이 바뀌는 시간 동안-기업과 선수단을 응원해준 팬들과 정식으로 이별하는 행사를 열었으면 한다. 팀을 거쳐간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 스타2 팀이 문을 닫을 때까지 함께 한 선수들을 한 자리에 모으고 팬들을 초청하는 행사가 열리길 바란다. 스타1이 됐든, 스타2가 됐든, 명랑 운동회가 됐든, 사인회가 됐든 형식은 상관 없다. 목청 높여 응원했던 선수단과 추억을 회상하면서 추억을 되새기고 담아가는 기회가 생기길 바란다.

팬들은 마지막까지 선수단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기업들도 팬들과, 선수들과 정식 이별을 고할 때다. SNS에 아쉬움을 표하는 것으로 마지막을 고하기보다는 함께 해준 시간을 평생 가져갈 수 있는 아름다운 이별 말이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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