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바고는 통상적으로 기자와 취재원간의 합의로 이루어지거나, 취재원이나 보도자료 제공 측의 요청으로 이루어진다.
기자가 엠바고를 반드시 지켜야할 의무는 없다. 지키지 않더라도 법적인 문제는 없다. 다만 상대에 대한 배려를 위해 준수하는 편이다. 때로는 취재 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서 엠바고를 지키기도 한다.
e스포츠 업계에서 엠바고가 걸리는 일은 흔하지 않다. 가장 많은 엠바고 요청이 들어오는 시기는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들의 이적 시장이 열릴 때다.
이적 시즌이 되면 기자들은 각 팀 관계자들을 만나거나 전화를 통해 수시로 선수들의 상황을 체크한다. 이 과정에서 팀을 나간 선수들의 다음 행선지나 팀에 들어오게 될 선수가 누구인지 미리 알게 된다.
하지만 거의 모든 팀에서 막판 계약 조율을 이유로 보도 자제를 요청한다. 계약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 공식 발표가 있을 때까지 보도를 참아달라는 부탁이다. 상황이 그러하다니 기자들은 단독 보도 욕심을 뒤로 하고 엠바고 시점까지 기다리기 일쑤지만 정보는 항상 다른 쪽으로 새어나간다.
가장 흔하게 벌어지는 일은 선수나 팀 관계자의 지인을 통해 선수 영입이나 이적 소식이 퍼지는 것이다. 커뮤니티 사이에선 대게 '썰' 혹은 '루머', '카더라 통신' 등으로 관련 이야기들이 소비되는데, 익명의 공간이다 보니 당최 누가 정보를 유출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e스포츠 업계에서는 소문이 실제가 되는 경우가 잦다보니 팬들 사이에서도 "이판의 카더라는 99%가 사실"이라는 얘기가 돌 정도다.
경기가 있을 때마다 선수와 관계자들과 대면하고 부딪혀야 하는 국내 매체들은 엠바고 부탁에 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해외 매체는 사정이 다르다. 엠바고를 지키지 않아도 불이익을 당할 걱정이 없으니 보도가 자유롭다. 최근 이적과 관련해 ESPN이 가장 먼저 기사를 쏟아낼 수 있는 이유다.
물론 '공식'과 '비공식'의 차이는 있지만 여태까지 ESPN이나 다른 해외 매체들의 보도가 엇나간 적이 없기 때문에 이제는 팬들도 '비공식' 보도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선수들의 개인방송에서도 많은 정보가 새어나온다. 선수들의 말실수를 통해 공개되거나 수신된 채팅으로부터 뜻하지 않게 노출되기도 한다. 직접적인 정보 노출이 아니더라도 이적을 암시하는 대화들이 오고가면 팬들은 이를 빠르게 눈치 챈다.
이런 일들이 매 시즌 반복되다보니 기자들은 엠바고 때문에 미리 알아도 보도하지 못하고 오히려 팬들이 먼저 정보를 공유하는 일이 허다하다. 기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뒤늦게 '공식'적인 것임을 확인시켜주는 것뿐이다. 취재의 의미, 엠바고의 의미가 사라지는 순간이다.
벌써 12월의 첫째 주가 지났고, 이적 시장은 3주 정도가 남았다. 앞으로 더욱 많은 뉴스가 쏟아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각 게임단 사무국은 정보가 유출되지 않기 위해 내부 관계자와 선수들의 입단속 등 각별한 신경을 써야한다. 기자들에게 엠바고를 요청할 것이라면 말이다.
엠바고는 의무가 아닌 배려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게임단의 실수로 엠바고가 그 의미를 잃게 된다면 배려의 필요성도 함께 사라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