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에 참가한 모든 선수들이 우승에 대한 열망이 컸을 테지만, 아마 LW의 서포터 '루나' 장경호는 조금 더 남다른 마음가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이미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꽤 알려진 프로게이머였기 때문이다.
일부 사람들은 이유를 불문하고 종목을 전향한 선수들을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대부분 '실패'를 하고 다른 길을 찾는 이미지로 보기 때문이다. 장경호 역시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의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기 그런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최근 잘 나가는 삼성 갤럭시 출신이다. 겨우 한 시즌을 뛰었지만 본인이 활동했던 때와 지금의 삼성은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선수들은 자신이 나간 뒤 팀이 잘 되면 스스로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하고, 이는 자칫 자괴감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물론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장경호가 속했던 LW 블루는 첫 시즌에 오버워치 에이펙스 8강에 오르면서 존재감을 알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전 소속팀 삼성은 월드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기에 더욱 오버워치로 성공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을 것이다.
장경호는 IEM 경기에서 다시 한 번 기회를 잡았고, 욕심과 부담감을 긍정적 에너지로 바꾸면서 오버워치 전향 후 첫 우승을 차지했다. 초청전이지만 세계 최고의 팀들이 참가한 대회였고, IEM에서 치러지는 첫 오버워치 대회였기 때문에 그 의미 또한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장경호가 우승하던 그 곳에 삼성의 옛 동료들도 있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 우승후보였던 삼성은 모두의 예상대로 어렵지 않게 우승을 차지하면서 최근의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장경호는 약 한 달 전 인터뷰에서 "지금은 잘되고 있으니 미련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옛 동료들과 희비가 엇갈리는 것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상실감을 불러올 수 있다. 만약 LW가 우승하지 못했더라면 장경호의 실망감은 더욱 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장경호는 자신이 원하던 바를 이뤘고, 마음의 부담감을 조금은 덜었으리라. 장경호의 우승이 남다르게 다가오는 이유다.
어려운 심리상태를 극복하고 우승한 장경호와 LW 선수들에게 축하를 건네면서, 앞으로도 좋은 활약을 펼치길 기대해본다. 더불어, 장경호처럼 다른 종목으로부터 오버워치로 전향한 많은 선수들에게도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