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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실리를 갖춰가는 소양 교육

[기자석] 실리를 갖춰가는 소양 교육
초등학교 시절, 특정 요일마다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 교장 선생님의 훈화를 들었다. 어린 아이들이 갖고 있는 특유의 산만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매주 비슷한 얘기를 듣는 턱에 집중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면 아무리 좋은 의도의 행사와 강의여도 명목상으로 치러진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2005년부터 한국e스포츠협회(이하 협회)의 주관으로 진행된 e스포츠 선수 소양 교육 또한 마찬가지다. 매년 비슷한 강의로 꾸려졌다면 이름뿐인 행사로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협회는 e스포츠 선수 소양 교육에 변화를 꾀했고, 비교적 연령대가 어린 선수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강의를 마련했다. 지난 22일 치러진 2016 e스포츠 선수 소양 교육에선 불법 스포츠와 승부 조작, 은퇴 후 진로 설계, 신체와 정신 건강 관리 등의 주제가 다뤄져 선수들의 호응을 얻었다.

e스포츠의 주적인 불법 스포츠와 승부 조작은 소양 교육에서 빠질 수 없는 주제가 됐다.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는 무거운 분위기에 이어 2016 소양 교육은 리그 오브 레전드 선수 출신이자 해설자로 활동하고 있는 이현우 해설위원의 강연으로 넘어갔다. 이현우 해설은 선배의 마음으로 현직 프로게이머에게 진실어린 조언을 전했다. 더욱이 특유의 입담은 강연장의 분위기를 한껏 살리기도 했다.

마지막 강의 무대에는 양평병원 정형외과의 심지훈 전문의가 올랐다. 장시간 비슷한 자세로 앉아있는 프로게이머들에게 간단한 스트레칭을 일러주었는데 선수들의 참여도가 가장 높은 강의였다.

주제와 분위기가 갖는 경중에는 차이가 있었으나 모두 프로게이머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다. 협회는 2015년에도 변호사를 초빙해 해외 진출 계약서에 대해 강연했다. 해외 진출이 늘어나는 추세에서 프로게이머들이 제 권리를 챙길 수 있도록 알짜 정보를 제공했다는 호평을 들은 강의였다. 이 외에도 스트리밍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드높이는 강연 등이 주를 이뤘다.

프로의식과 철저한 자기 관리, e스포츠의 현재와 비전에 대한 강연한 2014년 소양 교육보다는 다채롭고 실용적인 정보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이는 실리를 추구하는 협회의 노력 덕분에 가능했다.

강연이 끝나고 협회는 선수들에게 설문지 작성을 요청했다. 소양 교육에 대한 만족도와 추가됐으면 하는 강의 내용에 대한 의견을 받기 위해서였다. 선수들이 손과 입을 통해 피드백을 받다보니 강의의 질이 좋아질 수 밖에 없다.

단지 시즌을 앞두고 선수들의 의식을 고취하고자 '명목상'으로 열리는 소양 교육이라면 공감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해외 진출, 은퇴 등과 맞물린 시기를 파악해 강연을 준비하니 선수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은 당연했다.

명목을 넘어 실리를 추구하는 e스포츠 소양 교육. 2017년엔 더욱 알찬 강의를 들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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