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오버워치 리그의 규모를 확대해 한국과 중국, 북미, 유럽 등 전 세계를 아우르는 글로벌 리그를 개최하고, 선수들의 안정적인 활동을 위해 계약과 보상을 통한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라는 것이 블리자드가 공개한 내용의 주요 골자다.
하지만 이 내용을 접한 대부분의 e스포츠 관계자들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며 의아하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가장 이목을 끌었던 지역 연고제에 대해서도 두루뭉술하게 설명돼있는 바람에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그 방법에 대해 여러 말이 나오기도 했다.
문제는 새해가 밝은 시점까지도 오버워치 리그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11월 말 블리자드코리아 관계자와 통화할 당시에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전달받지 못했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아직까지 후원사를 구하지 못한 국내 오버워치팀 관계자들은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업체들에 활동 비전을 제시하고 지원을 받아야하는데, 메인 리그의 계획이 나오지 않았으니 제대로 된 비전을 제시하기는커녕 연간 계획조차 제대로 세울 수가 없는 것이다.
업체들은 보통 11월에서 12월 사이에 다음해에 사용할 예산을 책정하는데 이 때문에 해를 넘기면 후원사 유치 작업에도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블리자드가 발표한 오버워치 리그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오버워치 리그 소개 영상에서는 "각 팀 소유주가 지역별 입찰을 통해 리그에 합류하면 리그 출전을 보장받게 된다", "내년 초 시즌이 시작되기 전 오버워치 리그의 선발전이 시작된다. 초대받은 플레이어들은 각자 최고의 재능을 뽐낼 수 있고…"라는 말이 등장한다.
이 말대로라면 선발전에는 초대받은 선수들만 출전할 수 있고, 기존의 팀 단위 경쟁이 아닌 드래프트 방식으로 팀이 구성될 수밖에 없다. 이런 시스템 속에 대기업 팀들이 뛰어든다면 몇 개월 간 호흡을 맞춰온 기존 팀들은 쉽게 와해될 수 있다. 기존 팀들의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앞서 발표한 내용과 실제 계획안이 다르다면 블리자드는 이를 하루라도 빨리 바로잡아 오해와 혼선을 줄일 필요가 있다.
예전에 비해 e스포츠 시장이 커지고 프로게이머들의 처우가 좋아졌다지만, 이제 막 시작한 독립 게임단들은 여전히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각 팀 관계자들은 선수들의 연습 관리뿐 아니라 후원사 유치를 위해 매일같이 제안서를 작성하고 발로 뛰고 있다.
시장 상황이 어려운 요즘, 리그 계획 발표마저 늦어진다면 그만큼 후원사 유치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오랜 기간 후원사를 유치하지 못한 팀은 결국 문을 닫아야만 하고, 새롭게 도전하려는 팀들도 사라질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장기적으로 볼 때 해당 종목에 마이너스 요소가 될 뿐이다.
빈틈없는 정책을 구상하기 위해 신중을 기하는 것도 좋지만 리그를 이끌어나가는 주인공들에 대한 배려도 잊어서는 안 된다. 정책 발표 내용만큼이나 발표 시기도 중요한 이유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