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과 2016년 락스 타이거즈의 멤버는 화려했다. 2015년 초 새로이 로스터를 구성하면서 챔피언스 무대에 등장한 락스(당시 GE)는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까지 진출했고 결승에 오르면서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2016년에도 정글러를 '호진' 이호진에서 '피넛' 한왕호로 교체하면서 로스터를 대부분 유지한 락스는 챔피언스 서머 시즌을 우승한 데 이어 롤드컵에서도 4강에 진출하면서 세계 최정상에 근접한 팀 중에 하나라고 인정 받았다.
2017 시즌을 앞두고 락스 타이거즈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맞이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게임단이 아닌 상황에서 챔피언스 우승, 롤드컵 2년 연속 4강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선수들을 붙잡을 수 있는 자본력이 되지 않았다. 락스는 정노철 감독 이하 선수단 전원에게 접촉 허가서를 내줬고 선수단 전원이 다른 팀으로 흩어졌다.
락스는 11월말 강현종 감독을 영입하면서 새로운 스쿼드 구성에 나섰다. MiG라는 팀을 구성하면서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 1세대 감독으로 꼽히는 강 감독은 아주부 프로스트를 이끌고 롤드컵에 출전해 준우승을 차지했으며 2013년에는 CJ 엔투스의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 초대 감독을 역임했다. 2016 시즌에는 아프리카 프릭스의 사령탑을 맡으면서 팀을 두 시즌 모두 포스트 시즌에 올려 놓으며 명장 반열에 올랐다.
강 감독은 과거에 인연을 맺었던 선수들로 선수들을 구성했다. 아주부 프로스트 시절부터 함께 했던 '샤이' 박상면을 영입했고 아프리카 프릭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미키' 손영민, '상윤' 권상윤 등 4명을 받아들였다. 서포터로 활동하기로 한 '키' 김한기만이 강 감독과의 인연이 없는 선수였다.
2017년 락스 타이거즈의 멤버들은 과거의 락스 타이거즈와는 확실히 무게감이 다르다. 롤드컵 2연속 4강 이상이라는 성적을 냈던 선수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재력만큼은 여전하다. 2016년 아프리카 프릭스에서 '닥치고 공격'이라는-어찌 보면 운영을 중시하는 한국식 메타에 어울리지 않는 듯한-특이한 스타일로 경기를 풀어갔던 선수들로 구성된 제2기 락스 타이거즈는 제2의 아프리카 프릭스나 다름 없다. 1년 전 함께 호흡을 맞추던 감독과 선수들이 한 팀으로 또 다시 호흡을 맞추기 때문에 완성도가 높은 '닥공'을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
한솥밥을 먹던 선수단이 다시 모인 2기 락스 타이거즈의 플랜이 성공한다면 리그 오브 레전드 업계에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른바 'OOO 사단'이다.
기존 프로 스포츠에는 'OOO 사단'을 흔히 찾아 볼 수 있다. 한 명의 감독이 팀을 옮기면 코치들이 함께 팀을 옮기면서 스타일을 비슷하게 유지하는 방식이다.
락스의 경우 코칭 스태프가 아니라 선수들이 대거 이동했기에 똑같다고 볼 수는 없지만 닥공이라는 기치 아래 한 팀으로 모여 성과를 낸다면 '강현종 사단'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 락스 타이거즈 2기가 닥공을 제대로 보여주면서 강현종 사단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2017 시즌을 지켜보는 또 하나의 재미 요소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