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적을 끌어오고, 순식간에 균형을 무너뜨리는 '로켓 손'을 볼 때면 감탄이 절로 나왔다. 시작은 아니었을지 몰라도 그 때 이후로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 것은 확실하다.
홍민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LoL e스포츠의 흥성을 함께한 1세대 프로게이머이자 잔나, 블리츠크랭크, 쓰레쉬로 유명세를 떨치며 서포터의 위상을 높인 선두주자. 아직까지도 게임 내에서 블리츠크랭크 슈퍼 플레이가 나오면 '매멘'을 외칠 정도니 그 존재감이 남다르다.
2011년 MiG 프로스트에 입단한 홍민기는 국내 리그에서 준우승, 우승을 차지하고 LoL 월드 챔피언십에서도 2위를 차지하며 승승장구했다. 이후에도 꾸준한 활약으로 자신의 입지를 굳건히 한 홍민기. 물론 시련도 있었다.
2013년 메타의 급변에 적응하지 못한 CJ 엔투스 프로스트는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후 LoL 챔피언스 코리아 2014 시즌에 CJ 프로스트는 스프링 8강권, 서머 16강권에 머무르며 아쉬움을 남겼다. 기대감이 컸던만큼 부진에 대한 비판은 화살처럼 날아 들었다. 든든하게 팀을 받쳐주던 서포터 홍민기는 그 때만큼은 가장 앞에서 비판의 시선을 받아냈다.
2016년엔 로스터가 대거 변경됐고 신인 선수들이 CJ 엔투스에 합류했다. 부스 안 가장 끝자리에 앉았던 홍민기의 고개는 동료들에게 고정돼 있었다. 홍민기는 베테랑이라는 무게감과 책임감으로 동료들을 지도하며 팀을 이끌었다. 하지만 부진을 떨치지 못했고, 처음으로 챌린저스 강등이라는 아픔을 겪었다.
홍민기가 2부 리그로 떨어질 것이라 누가 생각했을까. 팬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럽게 은퇴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그리고 홍민기가 팀을 탈퇴하고 오랜 기간 새로운 팀으로 이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지 않으며 은퇴가 확정되는 듯했다. 그러던 지난해 말 발표된 홍민기의 행선지는 북미 2부 리그 팀인 골드 코인 유나이티드였다.
골드 코인 유나이티드는 '로코도코' 최윤섭이 감독으로 부임해 있는 신생팀이다. 골드 코인 유나이티드는 NRG e스포츠의 북미 LoL 챌린저 시리즈 시드권을 매입했고 전도유망한 선수를 발굴해 승격을 꾀하고 있다. 신생팀에게 필요한 것은 경험 많은 베테랑. 홍민기가 적임자였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홍민기에게도 해외 경험과 실력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 골드 코인 유나이티드는 좋은 선택이었다.
한국에 잔류하지 않고 북미로, 그것도 2부 리그 팀으로 이적한 것에 아쉬움을 표하는 팬들도 많았다. 하지만 오히려 1세대 프로게이머다운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선수 생활 유지와 은퇴, 그 사이에 놓인 선수들은 존재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서도 실력에 대한 증명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홍민기의 도전과 행보를 응원하는 것이다.
1세대 프로 게이머, 서포터의 선구자, 그리고 신이라 불리는 사나이 홍민기. 북미에서도 좋은 활약을 이어가길 바란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