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자신감이 넘쳐 자만감이 생기면 승부는 정반대로 흘러갑니다. 지나친 자신감과 상대를 얕보는 동안 방심이라는 빈틈이 생기고 그 틈을 노린 상대방의 역습에 무너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자만감은 승부에서 그만큼 무서운 적입니다.
자신감과 자만감의 경계는 참 애매합니다. 어디까지가 자신감이고 어디까지가 자만감인지 구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경기 전 자신감에 넘쳤던 선수가 승리하면 자신감이고 패한다면 자만감이라고 결론을 내리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지난 14일 카트라이더 리그 개막전에서 우리는 자신감과 자만감이 어떻게 다른지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전 시즌 우승팀이자 카트라이더 ‘황제’로 불리는 문호준이 이끄는 세다가 보여준 경기에서 말입니다.
세다는 신예를 상대로 한 라운드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였습니다. 문호준을 비롯해 전대웅과 강석인, 최영훈 등 세다에 소속된 선수들은 한치도 흔들림 없는 주행을 보여줬죠. 자신감이 없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경기력이었습니다.
하지만 경기 후 세다 선수들은 의외의 고백을 털어 놨습니다. 상대는 완벽한 신예였고 무조건 이긴다는 자신감에 넘쳤지만 어느 때보다 연습을 열심히 했다고 하더군요. 문호준을 비롯해 세다 선수들은 사실 연습을 많이 하지 않는 선수들이었습니다. 워낙 경기 경험이 많아 연습을 많이 하지 않아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하나만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번 시즌에 임하는 세다 선수들은 자신감이 자만감이 되지 않도록 어느 때보다 열심히 연습에 임했습니다. 상대의 실력이나 경험치를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이기기 위해 어느 때보다 많은 시간을 연습에 할애하고 있는 것이죠.
그동안 자만심처럼 비출 정도로 과도한 자신감을 내비쳤던 문호준. 그 때문에 단체전 우승을 계속 내주며 아쉬움을 삼켰지만 이제 문호준의 마음 속에는 자만심 대신 ‘진짜’ 자신감이 장착됐습니다.
문호준과 세다팀이 보여준 진정한 자신감, 이번 카트리그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