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기자석이 출고된 20일에 오버워치에서 다시 한 번 인성 논란이 불거졌다. LW의 딜러 '플라워' 황연오와 '파인' 김도현에 관한 내용이었다. 두 선수가 과거 팀 포트리스2를 플레이하던 당시 나눴던 채팅 내역이 공개된 것이다.
욕설은 물론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울 정도로 낯 뜨거운 표현들이었다. 게다가 게임 내에서 핵을 썼다가 계정이 정지된 이력까지 추가로 공개됐으니 그간 LW를 응원했던 팬들은 큰 충격과 배신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몇 년 전의 일이었다는 것, 철없는 10대 청소년의 발언이었음을 감안하더라도 그 수위가 너무 높아 일부 LW 팬들은 팀 전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등을 돌렸다. 기자 역시 불과 며칠 전 경기를 마친 뒤 성실하게 인터뷰에 임했던 선수의 모습을 보았기에 기존의 이미지와 180도 다른 대화 기록을 보았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LW는 일이 벌어진지 만 하루가 지나지 않아 팀의 공식 SNS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하고 잘못을 저지른 선수들이 상금을 각 200만 원과 100만 원씩 기부하고 사회봉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후원사가 없는 팀에서 보기 힘든 이례적인 조치였다. 하지만 팀의 발 빠른 대처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여전히 화를 삭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선수 교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버워치 에이펙스 시즌2에 출전 중인 LW는 이미 로스터 제출이 끝난 상태이고, 대체할 후보 선수도 없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현재의 로스터로 시즌을 마쳐야한다.
대회 이후의 결정은 온전히 팀에게 달려있다. 후원사도 없이 운영 중인 팀에서 많은 투자를 한 선수를 쉽게 내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선수가 은퇴할 때까지 과거 논란에 대한 꼬리표가 따라다니겠지만 팀과 선수가 함께 가겠다면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할 몫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일이 처음이 아니고 끝도 아닐 것이라는 점에 있다. 이미 LW 선수들 외에도 다른 유명 선수들이 과거 다른 게임에서 심한 욕설을 하거나 핵 프로그램을 사용한 전력이 수면 위로 드러난 바 있다.
오버워치 e스포츠가 태동기를 겪고 있는 시점에서 선수들의 논란이 끝이 없자 업계 관계자들은 선수들의 인성 논란이 종목이나 대회의 인기에도 영향을 끼칠까 우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프로게이머를 지망하는 선수들의 연령대는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다. 유행처럼 번진 '일베'의 언어와 욕설들을 죄의식 없이 따라하며 게임을 즐긴 이들이 태반인 상황에서, 아마 적지 않은 선수들은 과거 행적이 까발려질까 두려워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쯤 되면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고해성사라도 하고 게임을 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에서의 모든 기록이 박제되는 세상에서 조금만 조사해도 치부는 쉽게 드러난다.
팀 관계자들도 두려움에 떨고 있을 것이다. LW의 일이 곧 나의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들여 키운 선수가 논란에 휩싸인다면 팀의 운영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기고 후원사 유치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신인 선수들의 인성 논란이 끊이지 않으니, 프로게이머를 육성하고 발굴하는 일을 지뢰밭을 지나는 것과 같은 일이 됐다.
게임 내에서 이루어지는 과도한 욕설과 핵 사용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철없는 이들에 대해 반성과 각성을 바라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팀 차원에서 철저하게 선수에 대한 검증을 진행하는 일밖에 없는데, 경기를 준비하고 후원사 유치 작업만 해도 빠듯한 상황에서 선수들의 인성을 일일이 검증하는 일까지 추가된다면 팀을 이끌어가는 일은 배로 어려워질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선수들의 인성 논란은 새로운 팀의 창단이나 기업의 후원을 막고, 팬들이 등을 돌리게 만드는 치명적인 일이다. 양적, 질적 성장이 시급한 신규 e스포츠 종목에서 지뢰부터 제거해야한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