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팀을 제외한 순위에서 눈에 띄는 팀은 2승1패를 기록하면서 삼성 갤럭시와 승수는 같지만 세트 득실에서 1점 뒤처져 4위에 올라 있는 bbq 올리버스(이하 bbq)다.
ESC 에버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bbq는 지난 2년 동안 돌풍을 몰고 왔다. 2015년 처음으로 열린 KeSPA컵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IEM 시즌10 쾰른 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해 우승하며 한국의 세미 프로팀은 세계 유수의 프로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실력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했다. 큰 기대를 받던 ESC 에버는 2016년 서머 시즌을 통해 롤챔스 무대에 올라왔지만 5승13패로 9위에 머무르면서 승강전을 치러야 했다. 살아 남기는 했지만 콩두 몬스터에게 1위 자리를 내주면서 불안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bbq는 2017 시즌을 앞두고 전력에 공백만이 생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원거리 딜러 '로컨' 이동욱이 중국 팀으로 이적했고 주전 서포터였던 '키' 김한기가 락스 타이거즈로 자리를 옮겼다.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던 '토토로' 은종섭이 경기를 뛰어야 했고 CJ에서 서브 원거리 딜러로 활동했던 '고스트' 장용준이 합류하면서 bbq는 중하위권에 머무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검증되지 않은 선수들로 진용을 꾸린 bbq에게는 2017 시즌이 시작되기 직전 심리적인 안정감이 생겼다. 음식 문화 선도 기업인 bbq가 직접 후원에 나서면서 확실한 동기 부여책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2017 시즌에 들어가기 전 ESC 에버는 bbq와 협약을 맺으면서 1년 동안 네이밍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선수들의 처우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bbq는 측면 지원을 통해 선수들에게 무형의 힘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bbq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응원 온 현장 관객들에게 치킨을 무상으로 나눠주고 있고 투구를 쓴 닭의 가면을 응원 도구로 쓸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bbq가 경기장에서 진행하는 팬 서비스는 팬들의 피드백으로 돌아오고 있다. bbq가 크게 이긴 날에는 경기가 '터졌다'는 말 대신 '상대 팀이 튀겨졌다'는 댓글이 올라오고 현장을 찾은 bbq 올리버스 팬들은 투구를 쓴 닭의 가면을 쓰며 박수를 보낸다. 선수들도 승리가 확정된 뒤에는 팬들과 똑같은 가면을 단체로 쓰고 세리머니를 하는 등 상호 작용을 만들어내고 있다.
e스포츠에는 후원 효과 또는 창단 효과라는 것이 존재한다. 기업이 프로게임단을 후원하면서 팀 성적이 바짝 상승하는 것을 말하는 이 효과는 6~70% 정도는 들어 맞는 통계다. 실력적으로는 크게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기업이 후원하면서 선수들이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고 연봉 상승 등 직접적인 기대감도 커지면서 성적이 올라가는 현상이다.
bbq의 현재 페이스도 창단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윤홍근 bbq 회장이 경기장을 직접 방문해서 관전한 1월25일 진에어와의 경기에서 2대0으로 깔끔하게 승리했고 윤 회장은 승리 수당을 내주겠다고 공약했다. 이전에는 기대하지 않았던 보상이 돌아오니 선수들에게는 큰 힘이 됐다.
bbq 올리버스의 성적 상승은 롤챔스 전체에도 긴장감을 고취시키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중하위권으로 예상됐던 팀이 치고 올라오면 상위권은 방심할 팀이 하나 줄어들고 하위권은 따라가야 하는 팀이 하나 늘어나는 셈이니 허투루 넘어갈 경기가 줄어든다. 리그를 보는 재미가 더 고취되니까 팬들도 더 많이 모여든다.
불과 세 경기를 치렀을 뿐이기에 bbq 올리버스가 이 성적을 스프링 시즌 끝까지 유지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세 경기에서 보여준 실력을 시즌 내내 유지한다면 하위권의 반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축구에서는 하위권 팀의 반등을 언더독의 반란이라고 부른다. bbq 올리버스가 스프링 스플릿 초반에 일으키고 있는 이 상승세가 계속된다면 2017년 롤챔스판 '언더치킨'의 반란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