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트레이스' 여창동, '윙드' 박태진 등 주전들이 대거 이탈했다. 아프리카 프릭스 출신의 '익쑤' 전익수와 '눈꽃' 노회종을 영입했지만 정글러와 원거리 딜러를 신인으로 메우면서 전력 약화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우려는 현실이 됐고, 진에어는 SK텔레콤 T1, 롱주 게이밍, bbq 올리버스전에서 3연패를 기록하며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이전 시즌에서 겪었던 연패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비록 패했더라도 진에어의 경기는 "재밌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진에어는 이전까지 '늪 경기', '지루하다'는 등 부정적인 평가를 많이 들어왔다. 장기전에 대한 이미지가 강했고, 전투에는 소극적일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두 선수를 영입한 영향이었는지 몰라도 이번 시즌 진에어는 '화끈하게' 변모했다. 시도 때도 없이 벌이는 전투는 지난 시즌 아프리카의 그것과 꼭 닮아있다.
특히 난전 속에서 빛을 발하는 원거리 딜러 '테디' 박진성의 능력은 지난 시즌 혜성같이 등장한 삼성 갤럭시의 '룰러' 박재혁과 같이 거물 신인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박진성의 활약 덕분에 진에어는 지난 4일 아프리카 프릭스전에서 드디어 첫 승리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
진에어는 재미까지 더했다. 중계진의 입담 덕분이기도 하지만, SK텔레콤전에서 신지드를, 롱주전에서는 클레드를 선보였던 전익수는 인상적인 플레이로 '익수프레스', '익수큐즈미' 등의 별명을 얻었다. 아프리카전에서 리 신을 선보였던 정글러 '엄티' 엄성현 역시 위기의 순간 재치 넘치는 역주행으로 팬들에게 재미를 선사했다.
엄성현은 연패를 끊고 시즌 첫 승을 기록한 아프리카전 직후 인터뷰에서 신인답지 않은 패기 넘치는 모습까지 보여주면서 팬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최근 솔로랭크 1위를 달성하며 자신감에 찼던 노회종 역시 유쾌한 입담을 선보이면서 팬들을 즐겁게 했다.
장기전에 대한 이미지도 달라졌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진에어의 장기전은 '수면제'라고 불렸지만 이번 시즌에는 '극장'이 됐다.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진에어의 장기전은 언제나 재미를 보장했기 때문이다.
사실 진에어는 생각보다 장기전을 많이 치르는 팀은 아니다. 평균적으로 한 경기당 40분이 소요되는 롤챔스에서 장기전의 기준을 50분이라 놓고 본다면 2016 서머 시즌 1라운드에 진에어가 치른 장기전은 21세트 중 고작 3세트밖에 되지 않는다. 21세트의 평균 소요 시간은 41분이었다.
진에어는 이번 시즌 들어 7일을 기준으로 총 9세트를 치렀는데, 이중 50분이 넘어간 것은 두 차례다. 평균 경기 시간은 44분으로 지난 시즌 동기간대에 비해 3분이 증가했다.
다른 팀과 평균 시간이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진에어의 장기전 이미지가 강한 것은 그만큼 뇌리에 많이 남는 경기를 했다는 것인데, 롱주전에서의 3세트(67분 35초)와 아프리카전에서의 1세트(63분 08초)는 추천해 마다하지 않는 '꿀잼' 경기였다. 러닝타임과 반비례했던 재미가, 러닝타임만큼 재밌어진 것이다.
팀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있어 경기에서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승리를 향한 과정 또한 결과 못지않게 중요하다. 진에어가 이번 시즌 몇 승을 기록할지 쉽게 예상할 수는 없지만 앞의 네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들을 시즌 내내 유지할 수 있다면 시즌 말미에 진에어를 응원하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나있을 것이다.
또 팬들은 화려한 플레이만큼 선수들의 재치 넘치는 입담을 보고 싶어 한다. 아프리카전 직후 노회종은 웬만한 예능 프로그램보다 재밌는 인터뷰를 보여줬기에 앞으로 진에어 선수들의 인터뷰를 보기 위해서라도 진에어의 승리를 기대하는 사람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 예상된다.
2017 시즌에 들어서며 부족했던 무언가를 찾은 듯한 진에어 그린윙스. 목적지가 어디든 진에어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의 유쾌한 비행이 계속되길 기대해본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