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2와 CS:GO의 경우 지역 대회의 상위 입상자(또는 팀)이 대부분 그대로 출전하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의 경우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간신히 8개 팀을 맞췄다.
IEM 시즌11 월드 챔피언십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의 초청 기준은 명확하다. 2016년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8강 이상 진출 팀 가운데 각 지역별 최고 성적 팀과 IEM 시즌11의 지역별 대회였던 오클랜드, 경기의 우승팀이 초청되는 것.
그 결과 한국에서는 SK텔레콤 T1, 유럽에서는 H2k 게이밍, 북미에서는 클라우드 나인, 중국에선 에드워드 게이밍, LMS 지역에서는 플래시 울브즈, 인터내셔널 와일드 카드 팀으로는 알버스 녹스 루나(이후 M19로 개명)가 롤드컵 성적에 기반해 초청됐고 IEM 오클랜드 우승팀인 유니콘스 오브 러브, IEM 경기를 제패한 삼성 갤럭시가 나서기로 되어 있었다.
IEM 월드 챔피언십에 초청 받은 SK텔레콤 T1부터 참가를 고사하기 시작했다. 지난 IEM 시즌10 월드 챔피언십 우승팀이기도 하고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의 우승팀인 SK텔레콤은 국내에서 열리고 있는 롤챔스 스프링 스플릿에 집중해야 한다며 출전하기 않기로 했고 삼성 갤럭시 또한 IEM 월드 챔피언십을 치르고 돌아오자마자 경기가 예정되어 있어 난색을 표했다.
그 자리를 메운 팀은 락스 타이거즈와 콩두 몬스터였다. 락스와 콩두는 롤챔스에서 각각 8위와 10위에 랭크된 팀이다. 콩두의 경우에는 IEM 경기 대회에서 삼성 갤럭시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기에 나갈 자격이 있다고는 하지만 락스 타이거즈가 출전하는 것은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롤챔스가 1라운드 막바지, 2라운드 초반으로 전환되는 시점에 대부분의 팀들이 국내 경기에 집중하겠다고 밝혔고 그나마 락스가 출전하겠다고 밝혔기에 자격을 부여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미 지역 팀으로는 클라우드 나인(이하 C9)이 초청됐지만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발효하려 했던 반이민 행정명령으로 인해 출전했던 선수들이 재입국할 때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면서 출전을 고사했다. C9의 빈자리는 유럽 지역 1위를 달리고 있는 G2 e스포츠가 메우면서 그나마 북미 최강의 자리를 유럽 최강이 대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 지역 최고의 팀으로 초청 받았던 에드워드 게이밍(이하 EDG) 또한 비자 문제를 이유로 출전하지 않기로 했다. 중화권 팀이 필요한 상황에서 IEM 측은 중국 팀을 구하지 못했고 LMS 지역에서 6위에 랭크된 홍콩 e스포츠를 섭외했다.
일련의 과정을 놓고 봤을 때 IEM 월드 챔피언십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의 권위는 엄청나게 실추됐다. IEM이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을 공식 종목으로 넣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는 각 지역별로 최고의 팀들이 나서면서 입지를 다졌지만 2017년에 열리는 월드 챔피언십은 월드 챔피언십이라는 호칭에 부합하지 못하는 라인업으로 진행된다는 평가다.
이렇게 된 이유는 IEM 월드 챔피언십보다 국내 리그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각 지역별로 열리는 정규 시즌은 롤드컵과 직결된다. 2017년 롤드컵을 앞두고 라이엇게임즈는 참가팀을 24개로 늘렸고 플레이-인 스테이지 제도를 도입하면서 16강에 올라갈 팀을 걸러내는 단계를 만들었다. 한국을 제외한 핵심 지역의 2, 3위 진출팀들은 이 단계를 통과해야만 16강에 올라갈 수 있다. 롤드컵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각 지역 1위를 해야만 플레이-인 스테이지 없이 16강에 오를 수 있기에 시즌 중에 다른 대회에 나서는 것은 도박이 될 수 있다.
특히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리는 IEM 월드 챔피언십은 유럽을 제외한 다른 지역 팀들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콩두나 락스의 경우에도 이 대회를 치른 당일과 다음날 바로 롤챔스 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여독이 채 풀릴 수 없고 시차 적응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를 해야 하는 것. 게다가 IEM 월드 챔피언십 우승 상금은 1억 원도 되지 않기에-2017년 상금은 2016년보다 2만 달러 오른 7만 달러-각 지역 리그의 상위권에 랭크된 팀들의 경우에는 굳이 참가했다가 컨디션 조절 실패를 경험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라이엇게임즈가 2016년부터 리그 오브 레전드의 특정 스킨과 와드를 판매한 수익금을 롤드컵 우승 상금에 보태기로 하면서 모든 프로게임단들의 목표는 롤드컵 우승으로 바뀌었다. 20만 달러의 기본 우승 상금에 수익금이 보태질 경우 5~60억 원에 달할 수도 있기에-수익금 배분 시스템이 도입된 2016년 SK텔레콤은 한화로 약 31억 원의 상금을 받았다-팀들은 롤드컵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누구도 집중하지 않는 대회가 되어 버린 상황에서 IEM 월드 챔피언십을 준비하는 ESL 입장에서는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의 대회 구조에 대해 원점부터 다시 고민해야 할 것이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