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을 앞둔 시점에서 이번 시즌의 롤챔스는 그야말로 혼돈에 가깝다. 지난 시즌에도 순위싸움이 치열할 때 "역대급 시즌"이라는 평이 많았는데, 이번 시즌에 그 '역대급'을 다시 갱신한 모습이다. 현재까지의 성적만 놓고 보면 2강 5중 3약의 구도가 펼쳐지고 있지만, 그간의 경기 내용을 봤을 땐 누가 누굴 이겨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네 번째 롤드컵을 들어올리기 위해 전력을 강화한 SK텔레콤 T1이 연승가도를 달리던 중 아프리카 프릭스에 발목을 잡혔고, 드림팀을 구성한 kt 롤스터는 MVP에 일격을 당했다. 두 팀에겐 뼈아픈 패배겠지만 리그 전체를 지켜보는 팬들에게 있어 '절대 강자'가 없다는 사실은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올해는 정말 달라진' 롱주 게이밍과 다소 부침이 있지만 포스트 시즌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있는 삼성 갤럭시의 꾸준함은 롤챔스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하고 있는 느낌도 준다.
무엇보다 '꿀잼'을 선사하고 있는 것은 승격 동기 MVP와 bbq 올리버스다. 지난 시즌 승격해 롤챔스에서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두 팀은 이미 모든 적응을 마쳤다는 듯 최고의 기량을 뽐내며 포스트 시즌 입성을 노리고 있다.
두 팀의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주고 있는 데는 지난 시즌과 멤버 변화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신인 선수들이 경험을 쌓았고, 한 시즌 동안 맞춘 조직력을 잃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를 놓고 본다면 현재 부진하고 있는 락스 타이거즈와 진에어 그린윙스, 콩두 몬스터도 2라운드 혹은 서머 시즌에는 더욱 강력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한다.
'하루' 강민승이 위기 때마다 삼성을 구원하고 bbq의 '크레이지' 김재희가 믿음을 얻은 것처럼 신인들도 경험이 쌓이면 갖고 있던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다. 락스의 '성환' 윤성환과 진에어의 '엄티' 엄성현, 콩두의 '펀치' 손민혁까지 하위권 세 팀의 정글러가 현재 가장 많은 비판을 받고 있지만 신인 선수인 것을 감안하면 이는 시간이 충분히 해결해줄 것이라 본다.
조금 부족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선수들에게 비판보다 응원을 해준다면 그 시간은 단축될 수 있다. 너무 거센 비판은 사람을 조급하게 만들어 더 잦은 실수를 불러오게 만들 뿐이다. 그들이 맞붙는 선수들('스코어' 고동빈이나 '피넛' 한왕호 등)이 상대적으로 많은 경험을 갖고 있음을 감안하고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MVP와 bbq가 그랬던 것처럼 신인 선수들이 경험과 자신감을 얻는다면 지금보다 더 강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팬들이 조금만 인내해준다면 성장한 선수들은 지금보다 더 재밌는 '혼돈의 롤챔스', '꿀잼 롤챔스'를 만들어다줄 것이라 굳게 믿는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