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했던 대상은 기존 선수들이다. 생각은 딱 거기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하스스톤 선수 '팜블라드' 곽웅섭과 인터뷰를 했을 때, 생각지 못한 문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신인 선수가 등장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것이다.
곽웅섭 또한 하마코 시즌1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유명세를 탔다. 곽웅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다수의 선수들은 하마코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눈도장을 찍는다. 그렇게 얻은 유명세는 선수들의 스트리밍 활동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하마코라는 입구가 막힌 것이다. 선수를 꿈꾸는 신예들이 이름을 알리고, 안정권에 들어설 기회가 사라졌다. 남아있는 대회는 경험과 실력을 갖춘 선수들끼리 모인 팀 리그와 올스타전 형식의 이벤트전. 신인 선수가 활약할 방도가 없다.
블리자드의 리그 운영이 신인을 배제하고 있다는 점도 아쉽다. 2월 초 발표된 하스스톤 글로벌 게임은 각 국가별로 글로벌 포인트 1위와 투표로 선발된 3명으로 팀을 꾸려 치르는 국가대항전 형식이다. 투표 선발. 당연히 유명한 선수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밖에 없다.
하마코가 중단된 후 새로운 리그가 발표됐지만 신인 선수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차라리 선발전이었다면, 모두에게 조금 더 공평한 도전의 기회가 주어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e스포츠를 비롯한 스포츠, 경쟁 사회에서 일부만 조명을 받는 것이 낯선 일은 아니다. 또한 실력을 바탕으로 우열을 나누는 것을 문제 삼을 수 없다. 하지만 약육강식을 통해 강자만 살아남는 자연 생태계와 애초에 일부만 수조에 넣는 수족관은 다르다. 적어도 모두에게 경쟁과 생존의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 글로벌 게임은 모든 이용자에게 투표 받을 권리를 준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특정 선수들을 모아둔 수족관이다.
건강한 리그, e스포츠, 경쟁 사회는 흐른다. 기존 선수들을 위협하는 신인 선수가 나타나고, 경쟁이 치열해져야 전체적인 수준과 질이 향상된다. 선수층이 두터워지면 리그의 규모 또한 자연스럽게 커진다. 강줄기가 모여들어 바다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반면 흐르지 않는 물은 썩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열기도 미지근해지고, 무관심의 수풀에 둘러싸여 발길이 끊기게 된다.
한 번쯤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곽웅섭의 말처럼 '그들만의 리그'가 되고 있는 현재 시점이, 과연 옳고 건강한 방식인지 말이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