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로 대화를 하던 중 A가 B에게 게임단 생활을 다시 하라면 할 수 있겠냐는 질문을 던졌고, B가 "시스템이 처음으로 돌아간다. 그러면 3천(만 원)에도 할 의향이 있다. 그 정도 열정은 있다. 1천(만 원)은 못 한다 솔직히. 왜냐면 벌려놓은 게 있기 때문에"라고 말하자 A가 "3천이면 애 아빠면 와이프한테 이혼당해"라고 말한 것이다.
A는 "3천 안 돼 애 아빠가. 더 많이 벌어야 돼"라고 한 번 더 말했고, 옆에 있던 C가 당황한 듯 "3천은 사회에서 많이 받는 것"이라며 수습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A가 "요즘 3천이면 힘들지 않냐. 비하 아니다"라면서 "(B가)원래 버는 것에 비해 그렇다는 거다. 오해하지 말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잠시 후 "요즘 비하충이 많다"는 발언으로 해명의 진정성을 의심케 했다.
A의 이 발언이 알려지면서 일부 팬들은 적잖이 실망한 모습이었다. 막말이 자연스레 오가고 그것을 포용하는 것이 인터넷 개인방송이라지만 요즘같이 경제 상황이 어려울 때에 낮은 연봉에 대해 경솔한 발언을 한 것은 사람들의 민감한 곳을 들쑤시기에 충분했다. 아무리 동료를 향해 한 발언이었더라도 공개적인 방송이었고, 이 발언에 누군가는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인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는 헤드헌터가 나와 직장인들의 연봉에 대해 소개했다. 국회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토대로 한 이 헤드헌터의 말에 따르면 2014년 중위소득은 2천 2백만 원 수준이었고, 최빈소득은 1천 3백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대기업 임원들의 고액 연봉을 합쳐 계산한 평균소득도 3천 1백만 원 수준에 불과했다. 2년 전 자료지만 현 경제 상황을 놓고 볼 때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쉽게 내뱉은 '연봉 3천'과는 동 떨어진 현실에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연봉 2천대도 그나마 나은 편이다. 통계청이 지난 1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3월 현재 실업자가 135만 명에 달한다. 이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최고수준이다. 청년 실업률도 12%를 넘어섰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능력 있는 사람들이 고액 연봉을 받는 것을 두고 뭐라 하는 이는 많지 않다. 프로게이머나 인기 BJ들이 직장인에 비해 큰 돈을 버는 것을 두고 지적하는 이도 없고 사회적으로도 엄연한 직업으로 인정을 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거액을 버는 이가 다른 사람의 연봉을 두고 마치 그 사람의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나 이혼당할 책임이 있는 것처럼 발언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물론 프로게이머들이 어린 시절부터 연습에만 몰두하면서 사회와 단절된 채 성장하고 또래에 비해 많은 돈을 벌면서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것은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 콘텐츠라면 그만큼 말 한마디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잘못한 것이 있다면 바로 사과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인터넷 방송 시청자들이 스타크래프트 BJ들에게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과거 그들이 줬던 추억, 현재 그들이 주고 있는 즐거움에 대한 보답이다. 최근에는 스타크래프트가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하면서 스타크래프트 BJ들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지는 추세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제 2의 전성기가 막을 내리고, 과거의 추억마저 모두 소모하고 난 후에는 상황이 어떻게 급변할지 모른다. 그 때에는 더 이상 막말 콘텐츠가 통하지 않을 수 있다. BJ로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생각 없이 던진 말에 시청자들이 상처받고 떠나지 않게 조심해야할 필요가 있다.
비단 연봉 발언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 BJ들은 과거 동료나 업계 관계자들에 대한 막말을 쏟아내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끈다. 의도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이것이 솔직함이나 그들만의 경쟁력 있는 콘텐츠로 포장되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후배 프로게이머들이 은퇴 후 이 모습을 따라할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프로게이머 출신 BJ들이 점점 자극적으로 변해간다는 지적이 많다. 은퇴 후 진행하는 개인방송이기에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하는 방송이겠지만 이들은 여전히 게임을 업으로 삼고 있다. 프로리그가 없어졌다고, 더 이상 팀 소속이 아니라 하더라도 게임을 하며 돈을 벌고, 버젓이 여러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실상 프로게이머라 봐도 무방하다.
프로게이머라 불리는 것이 게임단에 소속돼 자유롭지 못하던 과거 생각이 나 싫을 수도 있겠지만 은퇴 후에도 그들의 영향력은 여전히 크다. 프로게이머 시절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신중했다면, 지금도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별풍선과 남의 아픔을 맞바꾸는 막말 방송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자극적이지 않아도 충분히 인기를 끌 수 있다. 프로게이머 출신들이 앞으로는 대중들의 마음을 헤아려 즐거움만 줄 수 있는, 롱런하는 BJ가 되기 위해 발언에 신중을 기해주길 바란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