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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와 추억의 부활

[기자석]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와 추억의 부활
3주 전에 기자석을 올렸다가 '일기는 일기장에', '그러고도 기자냐'라는 댓글을 접했다. SK텔레콤 T1과 kt 롤스터가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2017 스프링 스플릿 1라운드 막판과 2라운드 초반에 연달아 대결했을 때 뉴스로 e스포츠를 접한 기자의 대학 선후배가 만나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을 기자석으로 썼기 때문이다. (관련기사[기자석] 슈퍼 매치가 기성 세대에게 준 기대감)

불과 3주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번에는 단체 대화방에서 오간 야기를 꺼내보려 한다.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스타크래프트:리마스터(Starcraft:Remastered) 발표 때문이었다. 현장에서 기자 간담회를 취재하고 있던 기자는 3주 전 집들이에서 모였던 대학 동기들의 단체 대화방에서 여러 의견이 오고 가는 것을 확인했다. 일요일이어서 대부분 쉬고 있었지만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라는 단어가 몇 시간 째 1위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관심이 모일 수밖에 없었다.

기자의 대학 동기, 선배들은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로 친목을 다졌다. 기자의 경우 1998년에 군에 입대했고 2000년에 제대하고 나니 사교의 매개체가 달라져 있었다. 이전에는 주로 당구장에서 만나자고 하던 사람들이 대부분 PC방에서 보자고 했다. 리포트 작성을 위해 PC방을 찾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였다. 리니지, 디아블로2, 포트리스, 스타1 등 여러 게임들을 즐겼고 술 한 잔 하고 나면 스타1 팀플레이로 대동단결했다. 옆 사람들이 자리를 피할 정도로 고성을 지르면서 열심히 게임을 했던 기억이 있다.

e스포츠 기자를 하면서 스타1의 흥망성쇠를 모두 지켜봤다. 국내 내로라 하는 호텔에서 열린 프로게임단 창단식에도 가봤고 광안리 10만 관중의 신화가 쓰여지는 현장에도 있었다. 공군 에이스라는 사상 최초의 군대 게임팀을 취재하기도 했고 4대천왕, 택뱅리쌍이 데뷔하고 은퇴하는 과정도 모두 기사로 남겼다. 불법 베팅 사이트를 통한 승부 조작이 일어났을 때에는 법원을 취재하기도 했고 지적 재산권 분쟁이 일어났을 때, 스타크래프트2가 자기잠식을 시도했을 때에는 비판적인 기사를 쓰기도 했다.

스타1은 전 세계에 e스포츠라는 새로운 문화, 즐길거리를 만들어낸 매개체다. 스타1의 인기를 등에 업고 온게임넷이라는 게임 채널이 생겨났고 스타 플레이어들을 배출했다. 선수들이 만들어내는 스토리에 관심을 갖는 팬들이 나왔고 유명 연예인, 스포츠 스타들에 준하는 인기를 얻었다. 스타1이 지금의 대세 종목은 아니지만 e스포츠라는 말은 전세계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는 단어가 됐고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의 규모가 2016년 1조 원을 넘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스타1 오리지널 버전의 발매 이후 19년이 지났다. 20대 초반 아직 어떤 직업을 가질지, 어떤 회사와 인연을 맺을지 알지 못하던 시절 후문 앞 PC방에서 만나 게임을 즐기던 사람들은 40대가 됐다. 사회 지도층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어리지만 다들 한 가정의 가장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들에게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는 청년 시절의 기억들을 되살리기에 충분한 요소다.

일각에서는 이번 리마스터가 추억팔이 마케팅이라 비판하며 스타2보다 스타1이 인기가 있으니 여기에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랴. 무한도전의 '토토가'를 통해 1990년대 가수들이 재조명됐고 21세기를 사는 사람들에게 당대의 음악을 알렸듯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버전은 40대 초중반들을 20대 초반의 청춘으로 되돌릴 힘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스타1의 인기가 다시 올라온다면 e스포츠 종목으로서 제2의 도약을 시도할 수도 있다. 이제는 가장이 된 그들이 가족들을 대동하고 삼삼오오 경기장에 모여 추억을 되살리며 환호성을 지르는 장면도 만들어지지 않을까.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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