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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영상] 유영혁-문호준 0.005초 명승부, 원조는 따로 있다?

유영혁(왼쪽)과 이재인.
유영혁(왼쪽)과 이재인.



카트라이더 리그의 라이벌을 꼽아 보라면 많은 사람들은 문호준과 유영혁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최근 스포티비 게임즈에서 진행된 카트라이더 리그를 꾸준히 봐왔던 팬들은 다른 이름을 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바로 이재인과 유영혁이 그 주인공이죠.

물론 일반 팬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팀전으로 진행된 최근 카트라이더 리그에서 이재인과 유영혁은 우승을 눈 앞에 두고 숱한 맞대결을 펼치며 라이벌 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문호준과 유영혁이 펼친 0.005초의 명승부를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하지만 카트라이더 개발팀을 소환시키고 소수점 두번째 자리까지 표시되던 카트라이더 시스템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명승부의 원조는 문호준과 유영혁이 아니었습니다.

◆유영혁을 괴롭힌 자, 그의 이름은 이재인
문호준이 없던 시절 유영혁은 그야말로 1인자였습니다. 배틀로얄 시즌에서도 유영혁이 속한 CJ 레이싱은 우승 후보 0순위로 꼽혔죠. 유영혁의 아성을 무너트릴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예상됐습니다..

예상대로 유영혁이 속한 CJ 레이싱은 결승전에 진출했습니다. 슈퍼루키로 평가 받던 이재인이 이끄는 유베이스 알스타즈가 결승 상대였습니다. 무난하게 유영혁이 우승컵을 가져가는 듯 했지만 상황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았죠. 뚜껑을 열어보니 이재인의 성장세는 무서웠습니다.

배틀로얄 결승전의 마지막 라운드는 에이스결정전은 아니었습니다. 4:4 스피드전으로 치뤄진 3세트 2라운드에서 경기가 끝났으니까요. 바로 이 라운드를 승리해야만 에이스결정전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었고, 양 팀 8명의 선수들은 사력을 다해 스피드전에 임했습니다.

배틀로얄의 슈퍼루키 이재인은 혼전 상황에서도 순위를 유지하며 상위권에 포진했고, 유영혁은 1랩 이후 6위에서 한 단계씩 순위를 올려가는 상황이었습니다. 2개의 코너를 남겨두고 과감한 라인으로 2위까지 치고 올라왔고, 마지막 코너에서 드래프트 시스템을 이용,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의 근소한 격차로 이재인과 나란히 결승선을 통과합니다.
소수점 두 번째자리까지 같았던 유영혁과 이재인의 명승부.
소수점 두 번째자리까지 같았던 유영혁과 이재인의 명승부.

순위표에 기록된 결과는 이재인의 유베이스 알스타즈가 1, 3, 6, 7위로 21포인트, 유영혁의 CJ레이싱이 2, 4, 5, 8위로 18포인트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피니시 라인을 통과한 두 선수의 트랙 레코드였죠.

1분 51초 76. 양 선수의 기록은 1/100초까지 동일했습니다. 만약 0,01초만 빨랐더라도 결과는 19대 20으로 뒤집힐 수 있었습니다. 결국 '순위표에는 1/100초까지만 표시되지만 카트의 시스템은 1/1000초까지 계산한다'는 설명과 함께 심판은 이재인과 유베이스 알스타즈의 승리를 선언했습니다. 이후 에볼루션 시즌부터는 1/1000초까지 트랙레코드가 나타나게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유영혁
0.005초의 명승부를 펼쳤던 이재인과 유영혁. 이후에도 두 선수는 수차례 에이스 결정전에서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에볼루션 시즌 8강에서 이재인은 또다시 유영혁을 제압했습니다. 이쯤되면 천적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유영혁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결승에 진출하기 위한 4강, 외나무다리에서 두 선수는 또다시 에이스 결정전에서 만나게 됐습니다. 이미 이재인 트라우마에 빠진 유영혁이 다시 승리하기에는 어렵지 않겠냐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벼랑 끝에서 유영혁은 자신의 진가를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후반부에 마음이 급해진 이재인이 실수를 했고 유영혁은 그 사이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결승전에 통과, 지금까지의 패배를 모두 씻어내는 듯한 멋진 승리를 장식했습니다.

반면 이재인은 이날 패배로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습니다. 이재인은 패배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듯 3~4위전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 받았던 박준혁에게조차 패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시즌, 리그에 참여하지 않을 정도로 그의 슬럼프는 깊어져만 갔습니다.

◆또다시 결승에서 만난 유영혁과 이재인
지겹도록 만난다는 말이 바로 이럴 때 쓰이는 것 같습니다. 유영혁에게 패한 뒤 긴 슬럼프에 빠졌던 이재인은 조금씩 기량을 회복했고 문민기, 황선민, 유창현 등 스피드전 선수들과 큐센 화이트라는 팀을 꾸려 듀얼레이스 시즌2에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큐센 화이트는 당당히 결승전에 이름을 올리며 돌풍의 핵으로 떠올랐죠.

결승전에서 큐센 화이트의 상대는 유영혁이 이끄는 제닉스스톰이었습니다. 사실 에이스 결정전에 간다고 해도 이재인이 나올지는 미지수였습니다. 지금까지 에이스 결정전에서 큐센 화이트는 황선민과 유창현을 내세웠고 이재인의 품이 아직까지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에이스 결정전에서 이재인은 운명처럼 유영혁과 다시 한번 맞대결을 펼쳤습니다. 자신을 슬럼프로 빠트리고 2회 연속 우승을 거머쥔 선수, 유영혁을 만난 이재인의 눈빛은 타오르기 시작했죠.

운명을 건 맞대결, 산전수전 다 겪은 이재인은 침착했습니다. 마지막 코너에서 유영혁은 승부를 걸었고 이재인은 기가 막힌 디펜스로 유영혁을 감속 시키며 부스터 게이지를 모으지 못하게 했죠. 그 한번의 플레이로 이재인은 따라올 수 없는 거리 차이를 벌리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한 번도 만나기 힘들다는 에이스 결정전. 하지만 유영혁과 이재인은 무려 5번이나 에이스 결정전에서 만났습니다. 두 선수의 이름은 원조 팀전 라이벌로 카트라이더 리그에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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