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리그 오브 레전드 챌린저스 코리아 2016 스프링에 출전하고 있던 MVP의 서포터 '맥스' 정종빈은 데일리e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1년 장기 계획을 밝혔다. 서머 시즌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에 승격하고, 2017 시즌엔 3-4위권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였다.

그리고 정종빈은 롤챔스 2016 서머에 승격하고, 2017 스프링에서 4위를 기록하며 목표를 달성했다. 최근 다시 만난 정종빈은 당시 언급했던 1년 계획이 현실적인 목표라기보단 꿈과 이상이었다고 말한다. 정종빈은 "꿈은 크게 가지라잖아요"라는 말에 미소를 녹였다.

마냥 꿈처럼 느껴졌던 정종빈의 목표는 현실이 됐다. 그리고 패기어린 이상을 실현시킨 것은 정종빈의 이상적인 플레이였다.
서포터로는 이례적으로 800점의 MVP 포인트를 획득하고, 독특한 챔피언 폭과 탄탄한 기본기로 '맥멘'이라는 별명을 얻은 정종빈. 2017년의 봄날, 정종빈은 꽃길을 걸었다.

◆감탄사가 절로 터지는 슈퍼플레이, 맥멘!

정종빈의 시즌 첫 MVP 포인트는 2월 9일 콩두 몬스터전에서 나왔다. 벨코즈를 선택한 정종빈은 궁극기로 주요 공격진을 녹여내며 경기를 주도했다. 정종빈은 5킬 0데스 8어시스트를 기록했고, 가장 많은 피해를 입히며 MVP를 차지했다.

정종빈에게 가장 많은 MVP 포인트를 안겨준 챔피언은 탐 켄치다. 정종빈은 롤챔스 2017 스프링에서 탐 켄치를 일곱 차례 사용했고 5승 2패, 3.33의 KDA를 기록했다. 그리고 그 중 세 경기에서 MVP 포인트를 획득했다.

정종빈의 탐 켄치는 궁극기를 활용한 깜짝 이니시에이팅과 W스킬 '집어삼키기/역류'의 적절한 사용으로 교전을 주도했다. 전사 직전의 아군을 살리는 슈퍼플레이도 수차례 등장했다.

쓰레쉬를 활용한 플레이도 빛났다. 정종빈은 2월 12일 진에어 그린윙스 전에서 날카로운 '사형선고'로 킬을 보조하며 0킬 1데스 1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3월 22일 kt 롤스터전에선 명장면이 쏟아졌다. 1세트 비록 패배했으나 정종빈은 사형선고로 내셔 남작을 스틸하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그리고 2세트에선 사이온 서포터라는 깜짝 픽을 선보였고, Q스킬 '대량 학살 강타'를 4인에게 적중시키며 불리한 경기를 뒤집었다.

이 외에도 정종빈은 브랜드, 말자하로 준수한 플레이를 펼치며 MVP로 선정됐다.

◆"사파 서포터의 수장이 되고 싶어요"

정종빈은 롤챔스 2017 스프링에서 안정적인 플레이만큼이나 독특한 챔피언 폭으로 눈길을 끌었다. 정종빈은 정규 시즌과 포스트 시즌 통틀어 16개의 챔피언을 사용했다.

말자하가 서포터 1티어로 군림하던 시절, 많은 선수들은 카운터 챔피언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정종빈은 1월 22일 질리언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말자하의 궁극기를 궁극기로 받아치고 기절 효과로 역습을 펼친다는 계산을 잘 맞아들었고, 승리로 이어졌다.

2월엔 신드라, 벨코즈, 브랜드 등 라인전 단계에서 견제력이 뛰어난 챔피언을 꺼내들었다. 특히 벨코즈와 브랜드는 시즌 전승을 기록하며 자신만의 조커 카드로 만들었다.

엘리스 서포터까지 시험대에 올렸던 정종빈의 챔피언 폭은 3월 22일 화룡점정을 찍었다. 사이온 서포터를 꺼낸 정종빈은 단 한 번의 스킬로 교전 구도를 뒤집었고, 쿼드라킬을 쓸어 담았다. 정종빈은 이 때, 변수와 실력을 두루 갖춘 사파 서포터로의 입지를 단단히 굳혔다.
롤챔스 2017 스프링 kt 롤스터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정종빈은 블리츠크랭크를 꺼내들며 변수를 꾀했다. 비록 패배했으나 적절한 스킬 연계로 위기에 몰린 '마하' 오현식을 구출하고 역습을 펼치는 등 다채로운 플레이가 등장했다. 정종빈의 '로켓 손'이 적중할 때마다 팬들은 '맥멘'을 연발했다.

정종빈은 경기력에 변수를 주기 위해 수많은 연구와 연습을 반복했고, 다양한 챔피언을 활용했다. 노력을 바탕으로 한 독특한 플레이는 무리수가 아닌 '사파'로 불린다. 그리고 정종빈은 여기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았다.

"세계 대회를 나가서도 독특한 챔피언으로 승리하는 '사파 서포터'의 수장이 되고 싶어요. 로밍과 오더 능력이 좋은 kt의 '마타' 조세형 선수, 서포터 포지션을 드높인 '매드라이프' 홍민기 선수가 있잖아요. 전 다른 느낌의 서포터로, 그렇게 기억되고 싶어요"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