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아시안게임 건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자회사 알리스포츠가 주도한 것이기 때문에 거대 자본력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나 어떤 게임이 아시안게임 종목으로 선정될지 등 다양한 논란이 존재하지만 이번 칼럼에서는 해당 논란을 잠시 제쳐두고 왜 아시안게임이 e스포츠를 필요로 하는지, e스포츠 업계가 취해야할 자세는 무엇인지에 대해 얘기하려 한다.
2016년부터 이어져온 e스포츠 시장의 가장 큰 트렌드는 정통 스포츠 클럽들의 투자다. 유럽의 거대 축구팀들을 비롯해 북미의 농구팀과 야구팀, 프로 선수 출신의 유명 인사들이 e스포츠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고 팀을 창단하는 것은 이제 익숙한 일이 됐다.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는 IT 업체나 에너지 드링크가 주를 이뤘던 e스포츠 후원업체들마저 여행 관련 업체나, 비자 카드, 아우디 등 다양한 계층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이들이 e스포츠에 투자하는 목적은 단 하나다. 게임과 e스포츠에 친숙한 밀레니얼 세대들을 자사의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 아시안게임의 e스포츠가 언급되고 있지만 먼저 그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올림픽을 보자. e스포츠의 올림픽 입성은 업계 관계자들 모두가 염원하고 있는 일이다.
지난해 열렸던 브라질 리우 올림픽과 관련해 국내에서 실시된 한 설문조사에서는 '올림픽에 관심 있다'는 답변이 60%밖에 나오지 않았다. 리우 올림픽 평균 TV 시청률은 역대 올림픽 중 최저였고 10%를 약간 상회했다. 이전의 올림픽들이 30%에 가까운 시청률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진 수치다. 사회생활을 하는 이들이라면 지난 여름 주변에서 "올림픽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이처럼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자 2024 LA 올림픽 유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보도자료를 통해 리그 오브 레전드나 도타2 등 주요 e스포츠 경기들이 보여준 최신 방송 기술 등에 큰 관심을 드러내면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e스포츠의 진일보한 기술이 밀레니얼 세대들들 다시 올림픽과 연결시켜줄 것이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정통 스포츠 클럽들이 e스포츠를 통해 밀레니얼 세대들을 끌어들이려는 것처럼 올림픽 역시 e스포츠를 활용해 점점 식어가는 인기를 반등시켜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올림픽보다 관심이 떨어지는 아시안게임이 e스포츠에 관심을 갖고 종목에 포함시키려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다.
e스포츠 종목 선정에 대한 큰 숙제가 남아있지만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종목도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골프, 태권도, 레슬링, 야구 등 다양한 종목들이 시대 흐름에 맞춰 종목 추가와 제외를 반복해왔다. e스포츠는 공공재가 아니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고, 주기가 비교적 짧긴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한다는 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정통 스포츠 클럽들이나 단체들이 e스포츠에 대해 진정으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인기하락의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e스포츠에 발을 뻗는다면, e스포츠 역시 이 기회를 적극 이용할 필요가 있다.
아시안게임은 e스포츠에 있어 시험적인 무대가 될 것이다. e스포츠를 통해 얼마나 많은 후원사와 시청자, 관람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e스포츠가 주류 스포츠에 편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최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총재가 e스포츠의 정식 스포츠화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온다면 이러한 보수적인 입장도 얼마든 바뀔 수 있을 것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2022년까지는 약 5년의 시간이 남았고, 각 종목사를 비롯한 e스포츠 업계는 종목 선정을 두고 경쟁하기보다 장기적 관점을 갖고 협력해야 한다.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그토록 염원하던 올림픽 입성도 더 이상 꿈에만 그치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