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A가 먼저 발동을 걸었다. OCA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레 업체인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알리스포츠와 손을 잡고 e스포츠를 정식 종목으로 넣기로 했다. 2017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에서 열리는 제5회 실내 무도 아시안게임을 비롯해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과 2022년 중국 항저우에서 개최될 아시안게임 종목에 e스포츠를 포함시키기로 했다.
OCA가 알리스포츠와 손을 잡은 속내는 상업화를 위한 행보를 가속화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아시안게임이 채택하고 있는 스포츠 종목들은 순수 스포츠로, 후원사를 유치하기가 쉽지 않다. 아시안게임이 개최국의 의지와 투자만으로 진행되기에는 자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개최국들도 유치를 꺼려하는 상황에서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알리스포츠가 e스포츠를 정식 종목으로 넣는 조건을 앞세우자 OCA도 계산기를 두드린 것으로 보인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CEO인 마윈은 중국 항저우 출신이며 2022년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주도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전자상거래를 주된 사업 영역으로 삼고 있는 알리바바가 알리스포츠를 창업한 것이나 알리스포츠가 e스포츠 대회인 WESG를 꾸린 것, 2022년 아시안게임이 항저우에서 열리는 것 등 여러 요인을 봤을 때 마윈의 지시로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IOC의 수장인 토마스 바흐 총재는 이러한 흐름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25일 열린 팬 아메리카 스포츠 조직 총회에서 OCA가 아시안 게임에 e스포츠를 정식 종목으로 넣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바흐 총재는 "e스포츠가 올림픽 종목 안에 들어오는 것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바흐 총재는 "e스포츠가 젊은 세대들에게 매우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이 종목은 올림픽이 갖고 있는 가치에 반한다(contrary to all our values)"라면서 "우리는 e스포츠를 주의 깊게 보고 있으며 기존 스포츠와의 차이점과 국제 기구의 부재 등을 확인했다. 또 e스포츠가 젊은 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기에 IOC는 신중하게 접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OCA의 이번 결정과 IOC 총재의 발언 등을 종합해 봤을 때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 세계적인 스포츠 대회의 종목의 후보로 고려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전세계 1020 세대의 대표적인 놀이 문화로 게임이 자리하고 있고 e스포츠에 대한 기존 스포츠 업계의 관심도가 커지고 있고 투자 규모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현상이 반영된 흐름이라 할 수 있다.
e스포츠 업계에는 긍정적인 흐름이긴 하지만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의 종목이 되기 전에 갖춰야 할 요건들이 있다. IOC 총재 발언의 기사(http://sports.news.naver.com/esports/news/read.nhn?oid=347&aid=0000103867)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체를 쓰는 스포츠가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과 인기 종목이 해가 바뀔 때마다 바뀐다는 점, 게임사가 갖고 있는 지적 재산권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비판에 대한 검토가 총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부정적인 인식을 어떻게 떨쳐낼지에 대해서는 둘째치더라도 스포츠가 갖고 있는 이미지에 부합하지 않는 점이나 체육 종목들에게는 없는 소유권의 존재 등을 어떻게 풀어갈지 심도 있는 논의가 요구된다.
40여 개의 회원국을 갖고 있는 국제 e스포츠 연맹을 중심으로 국제 스포츠 사회와의 접점을 늘려 가야 하고 국내외 학계와의 산학 협동을 통해 스포츠 종목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요소를 발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북미와 중국 등 e스포츠에 대해 폭발적인 투자가 이뤄지는 지역과의 연계는 필수적이다.
IOC 총재가 e스포츠의 정식 종목화에 대해 직접 언급할 정도로 e스포츠는 성장했다. e스포츠가 아시안 게임이나 올림픽과 같은 세계적인 스포츠 대회에 당당하게 포함되기 위해서는 상업화의 논리를 넘어설 수 있는, 내실을 다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