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이 결정되는 순간 어느 누군가는 환호하고 어느 누군가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멍하니 있기도 하고, 어느 누군가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10년이 넘게 e스포츠를 취재하면서 수많은 우승의 순간들을 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우승이 결정된 순간 자신의 볼을 꼬집어 보면서 꿈은 아닌지 확인하는 모습. 얼마나 우승이 간절했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일 것 같습니다.
처음 중학생인 그가 던전앤파이터 리그에 등장했을 때가 기억납니다. 던전앤파이터 리그 사상 최초로 제닉스 후원을 이끌었던 박진혁의 뒤를 졸래졸래 따라 다니며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로 경기장을 구경하던 김태환. 유독 하얀 피부와 잘생긴 얼굴 덕분에 김태환은 무대에 서기도 전에 관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죠.
게다가 김태환은 실력도 뛰어났고 누구보다 성실하게 연습하던 선수였습니다. 잘하는 선수들은 연습을 게을리 하기 마련이지만 김태환은 자신의 실력을 갈고 닦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드디어 던전앤파이터에도 꽃미남 우승자가 나올 것 같다며 모두들 기대에 찬 눈빛으로 김태환을 바라봤습니다.
그러나 김태환은 모든 이들의 기대와 다르게 개인전과 인연이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게다가 단체전에서도 유독 운이 따르지 않는 듯 스턱도 자주 나고 동료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죠.
포기할 법도 했죠. 김태환은 주변 게이머들에게 이젠 게임을 그만해야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실력에 비해 리그 성적이 형편 없었던 그가 포기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김태환은 포기하지 않고 리그 문을 계속 두드렸습니다. 그리고 결국 4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그가 어떤 과정을 거쳐 우승했는지 알기에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도 눈시울을 붉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승 직후 가장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가족을 말한 김태환. 늦둥이로 낳은 아들이 게임을 좋아하고 이쪽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말에 게임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하는 부모님이 걱정하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김태환 부모님은 적극적으로 게임에 대해 알아보셨고 자신의 아들이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해 공부하셨습니다. 본인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말씀하시고 e스포츠에 대해 배우시며 아들이 도달하려는 꿈을 응원하기 위해 노력하셨습니다.
그런 부모님이 계셨기에 김태환이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꿈인 우승을 향해 달려갈 수 있지 않았을까요? 직업까지 바꿔가며 우승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던 김태환. 꿈을 이룬 그가 앞으로 펼쳐갈 또다른 꿈은 무엇일지 기대됩니다.
'미생'이었던 그가 '완생'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 그의 성실함과 부모님의 응원 덕분이었을 것입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