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 아웃과 가족 e스포츠 페스티벌은 성격이 다른 행사다. 트라이 아웃은 e스포츠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프로게이머가 될 잠재력을 가진 사람들을 뽑는 자리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마스터 티어 이상의 지원자들 가운데 결격 사유가 없는 지원자들 40여 명을 뽑아 포지션에 맞게 팀을 꾸렸고 프로게임단 관계자들이 실력을 확인했다.
가족 e스포츠 페스티벌은 전문성보다는 범용성을 강조하는 행사다. 게임을 잘하는 사람들이 참여해 즐길 수도 있지만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 게임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자리다.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부모님들과 게임을 하고 싶어 하는 자녀들이 함께 게임을 즐기면서 생각의 차이를 좁힐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e스포츠라는 큰 틀에서 가족 e스포츠 페스티벌과 트라이 아웃이 지향하는 바는 e스포츠의 성장이다. 전병헌 한국 e스포츠 협회장이 개회사에서 밝힌 것처럼 가족 e스포츠 대회를 통해 부모와 자녀가 게임, e스포츠를 함께 즐기는 장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놀이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게임이 소통을 위한 매개체가 된다면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줄어들 것이다. 이는 게임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전문적으로-개발자든, 프로게이머든-뛰어들 수 있는 사람들의 폭도 넓어진다는 의미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e스포츠적인 접근도 늘어난다. 게임에 소질이 있고 남들보다 좋은 퍼포먼스를 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프로게이머를 지원할 수도 있다. 트라이 아웃은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만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는지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공식 루트를 제공해주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가족 e스포츠 페스티벌과 트라이 아웃 사이에는 e스포츠 공인 PC클럽이라는 단계도 존재한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공간인 PC방을 e스포츠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협회는 전국에 e스포츠 PC클럽을 점차 늘려가면서 클럽 대결 등을 통해 상시적으로 e스포츠 대회를 열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갈 예정이다. e스포츠 PC클럽은 e스포츠에 존재하지 않는 학원 스포츠의 단계를 메워주는 시스템이다.
풀뿌리 e스포츠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가족 e스포츠 페스티벌과 지역을 거점으로 한 학원 스포츠와 유사한 단계를 대신해줄 공인 PC클럽이 하부 구조를 형성한다. 그 위에 프로게이머로서 잠재력을 갖고 있는 지원자들과 프로게임단을 이어주는 트라이 아웃으로 정점을 찍는 구도다. 이는 e스포츠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3단계라고 할 수 있다.
가족 e스포츠 페스티벌이 5년째를 진행되고 있고 e스포츠 PC클럽과 트라이 아웃은 2년째를 맞고 있다. 단발적으로 열리는 개별 행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e스포츠 생태계 구축이라는 큰 그림 안에서 연계성을 갖고 진행되고 있다.
e스포츠라는 나무가 성장해 그늘을 만들어주고 열매를 맺기까지 지난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탄탄하게 뿌리를 내린다면 투자된 시간에 대한 보상으로는 충분하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