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큼 뿌리가 중요하기에 '풀뿌리'라는 비유도 생겨났다. 하나의 조직 체계, 산업 체계에서 뿌리 역할을 하는 하부 구조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는 e스포츠에도 해당한다. 1부를 지탱하는 2부, 그 밑의 아마추어층이 탄탄할수록 리그는 번성한다.
최근 e스포츠의 뿌리가 굉장히 탄탄해진 모양새다. 리그 오브 레전드와 오버워치 등 하부 리그를 운영하고 있는 종목에서 매서운 도전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LoL은 bbq 올리버스(前 ESC 에버), MVP가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 2016 서머에서 동시에 1부 리그로 승격하며 일찍이 파란을 예고했다. 롤챔스 2017 스프링 승강전에서 2부 리그에선 뛰었던 콩두 몬스터가 CJ 엔투스를 끌어내린 이변이 일어났고, 지난 4월 29일 롤챔스 2017 서머 승강전 최종전에선 에버8 위너스가 콩두 몬스터를 꺾으며 2부 리그 팀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롤챔스 2016 서머를 시작으로 네 팀이 승격했다. 매 시즌 최소 한 팀이 1부 리그에 발을 내딛은 것이다. 한 시점을 기준으로 완전히 달라진 결과. 분명한 원인이 있었다.
LoL 챌린저스 코리아는 2016년 스프링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가장 큰 변화는 온라인으로 진행하던 경기를 신도림에 위치한 나이스게임TV 스튜디오에서 오프라인으로 치르게 됐다는 점이다. 선수들은 경기장과 경기석을 체험하게 됐고,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도 진행하면서 방송에 대한 부담감을 덜었다. 실전 경험을 통해 선수들은 승강전 무대에서 느끼는 긴장감을 크게 내려 놓을 수 있었다.
챌린저스 팀을 키우겠다는 라이엇 게임즈와 나이스게임TV의 인큐베이팅 시스템 또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몇몇 아마추어 팀이 합숙소를 지원받으며 경기력을 끌어 올렸다. 경기 방식과 지원의 변화로 LoL은 2부 리그의 경쟁력이 높아졌고 2016년 시즌부터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냈다.
어느덧 시즌3를 맞은 오버워치 에이펙스에서도 2부 리그에서 올라온 팀의 활약이 돋보인다. 시즌2에선 오버워치 에이펙스 챌린저스에서 올라온 메타 아테나가 4강에 진출하며 놀라움을 자아냈다. 메타 아테나는 기발한 전략과 발상으로 메타를 뒤흔들었고, 눈이 즐거운 경기력으로 팬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그리고 지난 5일, 또 하나의 챌린저스 승격팀이 돌풍을 일으켰다. X6 게이밍이 강호로 꼽히는 콩두 운시아를 꺾은 것이다. 챌린저스에서 우승을 차지한 X6는 부스 안에서도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고, 솜브라 메타에 대한 파훼법을 가져오며 콩두 운시아를 무너뜨렸다. 비록 12일 아프리카 프릭스 블루전에선 패배했으나 X6는 만만히 볼 팀이 아님을 증명하며 경쟁에 불을 붙였다.
2부 리그 팀의 성장은 중요하다. 1부와 2부를 오르내리는 경쟁의 흐름은 팀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리그를 풍요롭게 한다. 또한 아마추어 리그를 통해 1부, 세계 무대에 데뷔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넓은 선수 풀, 뜨거운 경쟁. 단단한 2부 리그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롤챔스와 오버워치 에이펙스의 흐름은 긍정적이다. 2부 리그 팀들은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메타를 창조하는 등 1부 팀들을 위협할 정도로 수준을 끌어 올리고 있다.
다만 기억해야 할 것은 뿌리를 키우는 햇빛, 물 등의 영양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LoL 챌린저스가 그랬듯 양질의 지원은 뿌리를 튼튼하게, 나무를 굵게 만든다.
2부 리그가 이만큼 성장했다고 놀라는 데에서 끝날 일이 아니다. 왜 성장했고, 앞으로 어떤 지원이 있어야 더 성장할지 고민해야 한다. 2부 리그의 결과에 치중하는 관찰이 아닌 과정을 들여다보는 관심이 필요하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