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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협회장의 청와대 입성을 바라보며

[기자석] 협회장의 청와대 입성을 바라보며
전병헌 한국e스포츠협회장이 문재인 정부의 정무수석을 맡게 되면서 지난 11일 협회장직을 사퇴했다.

전병헌 전 회장은 지난 19대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으면서 문재인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도왔다. 때문에 선거가 치러지기 전부터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될 경우 전병헌 회장이 새 정부의 요직을 맡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일찍이 나오기도 했다. e스포츠 업계에선 대선 이후 전병헌 회장의 향후 행보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결국 전병헌 전 회장은 정무수석 자리를 맡게 됐고, 자연스레 한국e스포츠협회장직을 내려놓게 됐다. 전 회장이 협회를 떠나게 되자 e스포츠 팬들은 응원과 함께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첫 정치인 출신 협회장으로서 그가 남긴 발자취가 컸기 때문이다.

전병헌 전 회장은 2013년 1월에 처음으로 한국e스포츠협회 회장직을 맡았다. 3선 의원인 그가 협회를 이끌게 되자 e스포츠 업계 위상도 한층 올라간 듯했고, 실제로 팀들의 후원과 2014 롤드컵 결승전 유치 등을 이끌어내며 한국 사회에서 e스포츠와 게임의 이미지 제고에 앞장섰다는 평을 받았다.

2014년 12월에 국회의원의 겸직이 금지되면서 회장직은 사퇴했지만 명예회장으로 남아 롤챔스 결승, KeSPA컵 결승 등 주요행사가 있을 때마다 카메라 앞에 나서 e스포츠 부흥에 대해 목소리를 한껏 높였다.

2016년 3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그는 7월 협회장 자리에 복귀하면서 다시 한 번 협회를 이끌었다. 국제e스포츠연맹(IeSF) 회장직까지 겸하고 있던 전병헌 전 회장은 2016년 10월 열린 IeSF 총회에서 30개국 만장일치로 3년 연임이 확정됐고, 이제 겨우 7개월의 임기가 지났다.

하지만 청와대로 들어가면서 두 번째로 한국e스포츠협회장직을 내려놓게 됐다. 국제단체는 국회의원 겸직 금지 조항과 관련 없는데다가 국회의원이 아닌 정무수석이어서 IeSF 회장직은 유지하고 있지만, 정무수석이 국정 운영에 있어 중요한 자리인 만큼 IeSF 회장직도 사퇴해야한다는 시각도 있다. 협회나 연맹 모두 사무총장이 회장 직무를 대행할 수 있고, 이미 그런 선례가 있기 때문에 전병헌 회장이 사퇴하더라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는 "어차피 실무를 처리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며 전 회장의 사퇴를 별 일 아닌 것으로 치부할 수 있다. 그러한 입장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나 정치인이 한국 사회에서 가지는 영향력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것 또한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권력을 가진 이의 말 한마디에 일의 방향이 결정되는 것이 좋든 나쁘든 현실인 것은 분명하기에, 정치인 출신 협회장, 협회장 출신의 정치인을 e스포츠 업계가 가졌다는 것은 시장 발전에 있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IeSF는 오는 11월 부산에서 세계e스포츠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전병헌 정무수석이 IeSF의 회장직은 계속 유지할 것인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 종목 추가가 거론되는 중요한 시기다. 만약 이 자리에 국정을 운영하는 전병헌 정무수석이 참석한다면 그 타이틀이 IeSF 회장이든 명예회장이든, 혹은 e스포츠에 관심 있는 정무수석 자격으로 참석하든 국내외적 관심이 쏠릴 것은 당연하다.

전 정무수석은 16일 e스포츠 커뮤니티에 남긴 인사말을 통해 "개인으로는 앞으로도 한국e스포츠 발전과 함께 하겠다. e스포츠인으로, 여러분과 함께 e스포츠를 즐기는 한 가족으로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하겠다. e스포츠에 대한 애정과 사랑은 변함없을 것이다. e스포츠 행사장 어디선가 그라가스 회장으로, 전크스로 다시 만날 날을 기원하겠다"고 전했다.

기자는 전 정무수석이 언급한 e스포츠 행사장이 IeSF 세계e스포츠정상회의가 되길 기대해본다. 전 정무수석의 등장은 '게임놀이'라며 저평가되던 e스포츠가 새로운 국가산업으로 조명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다. 업계 종사자로서 전병헌 전 협회장의 청와대 입성을 반기는 이유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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