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을 가득 메운 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를 때면 소름이 돋고, 소수의 팬들이 환호할 때는 감동이 밀려온다. 숫자와 상관없이 팬이라는 존재는 경기장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소위 말하는 '직관'은 e스포츠의 현장감을 살리는 소중한 문화다.
그런데 요새는 의지만으로 직관에 참여하기 힘들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부터 오버워치 에이펙스까지, 리그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예매 경쟁률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인기있는 팀의 맞대결이나 포스트시즌은 몇 분만에 좌석이 매진되곤 한다. 목욕재계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준비해야 성공할 수 있나 싶을 정도다.
이렇듯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팬들의 마음을 이용한 악질적인 행위도 종종 적발된다. 대표적인 것인 암표. 원가보다 몇 배 이상 높은 가격에 티켓을 판매하는 행위로 엄연한 불법이다. 다만 그 처벌 수위가 약해 아직까지도 만연히 일어나고 있다.
처벌은 어렵지만 눈살이 찌푸려지는 행위도 더러 있다. SNS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대리 예매가 그렇고, 예매 연습이 그렇다. 예매 연습. 본격적인 예매 전에 비교적 경쟁률이 낮은 경기의 예매로 연습을 하는 것인데 이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사례가 종종 발견된다.
특히 지난 5월 19일, 오버워치 에이펙스 예매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23일 열리는 콘박스 스피릿과 플래시 럭스, 엔비어스와 라이노스 게이밍의 경기에 대한 내용이었다. 팬 A씨는 예매 사이트에 접속했고, 7자리가 남은 것을 확인한 뒤 뒷 자리 좌석을 예매했다. 하지만 19일 다시 확인해보니 220석이 남아있었다. 23일 확인해본 결과 해당 경기의 잔여 좌석은 약 200석이었다.
연습 예매로 좌석이 다수 판매됐고, 이후 한꺼번에 예매가 취소된 것이다. 결국 직관을 희망했던 팬의 자리는 뒤로 밀려났고, 꽉 찰 것이라 예상됐던 경기석은 200자리나 남았다. 연습 예매가 여러명의 기대감과 만족감을 앗아간 것이다.
물론 예매가 치열한 경기를 관람하고 싶어하는 팬들의 마음도 이해한다. 조금 더 좋은 자리에서 편하게 관람하기 위해 예행연습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도 안다. 하지만 특정 팀의 경기를 연습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 얼마나 냉혹한 일인지 알아야 한다. 해당 팀의 팬과 선수에게 모두 상처가 되는 일이다.
예매에서 연습은 필수가 아니다. 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이다. 가득 찬 경기장을 상상했다가 200석이 훅 비어버린 상황을 마주하는 선수와 관계자, 팬들의 마음을 헤아려서라도 도의적인 호소를 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