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특급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지션 경쟁자인 '피넛' 한왕호가 있어 꾸준한 선발 기용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강선구는 선발 여부에 크게 개의치 않으며 자신만이 할 수 있는 플레이들을 보여주고 있다. 믿음직스러운 그의 모습 덕분에 '갓구'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그러나 불과 1년 전 그의 위상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활약 여부와 상관없이 많은 팬들은 그를 '잼구'라 불리며 조롱했고, 롤드컵 우승으로도 그 이미지는 벗겨낼 수 없었다. 2016 시즌에도 중요한 순간마다 소방수 역할을 해냈지만 늘 '벵기' 배성웅의 그늘에 가려져있었다.
이적 초기에는 팬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심리 치료까지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심리 치료를 받는다고 해서 모두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선수 스스로의 의지에 달린 문제다. 강선구는 스스로의 의지로 위기를 돌파했고, 2017 시즌 들어 한 번도 패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가치를 새롭게 했다.
스프링 스플릿서 한 번도 패하지 않았던 강선구지만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서는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팀은 우승했지만 경기에 나서지 못한 부분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물론 대외용 발언일 수도 있지만 강선구는 팀에 아쉬운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고, 묵묵히 연습하며 갈고 닦은 기량을 서머 스플릿에서도 확실하게 보여주며 자신의 세트 연승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혹자는 최근 강선구의 포지션 경쟁자인 한왕호의 폼이 떨어졌기 때문에 강선구를 선발로 기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하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 팀의 내부 상황이나 연습 결과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선수 선발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코칭스태프가 할 일이다.
SK텔레콤 코칭스태프는 야구로 치면 강선구에게 구원투수의 역할을 맡기고 있는 것이다. 선발 투수와 구원 투수 역할엔 큰 차이가 있고, 강선구가 선발이 아닌 구원이기에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선발로 출전한 최근 두 경기 성적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지만 말이다.
중요한 것은 강선구는 자신에게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살릴 줄 안다는 것이다. 앞으로 강선구의 출전 기회가 다시 줄어들 수 있고, 언젠가 세트 연승 행진이 끊기겠지만 강선구는 이미 큰 위기를 넘긴 경험이 있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그것이 강선구가 가진 장점이자 SK텔레콤의 무기다. 이번 시즌 유독 강선구가 돋보이는 이유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