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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불성실한 이들의 무책임한 도전

[기자석] 불성실한 이들의 무책임한 도전
최근 프로게임단 관계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듣고 있는 말은 "선수들이 너무 불성실하다"는 것이다. 대개 신생팀들에서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선수들이 책임의식은 없고 자신의 권리만 주장한다는 것이다.

예전에 비해 데뷔할 수 있는 길이 쉬워졌고, 종목도 다양하다보니 '프로게이머'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들이 꽤 많아졌다. 하지만 이들 중 진짜 프로의 마인드를 찾고 있는 선수를 찾기는 쉽지 않다.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 위주로 e스포츠 판이 돌아가던 당시에는 커리지 매치나 드래프트를 통과해야만 프로가 될 수 있었다. 다른 종목에서는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는 열망이 없으면 대회 출전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시장 상황이 열악했기에, 재능이 있다고 해서 누구나 프로게이머가 되진 못했다.

하지만 최근의 게임들은 다르다. 게임 내에 체계적인 랭크 시스템이 마련돼 있고, 이 성적을 토대로 프로게이머를 선발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보니 평소 프로게이머에 대한 열망이 없다가도 우연찮게 프로게이머가 되는 사례도 많다. 실제로 적지 않은 선수들이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프로게이머 할 생각은 없었다"고 말한다.

프로게이머는 재미로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싫어도 게임을 해야 하는' 직업이다. 그렇기에 오래전부터 프로게이머가 되기를 바랐던 선수들은 아무리 힘든 상황이 와도 성실히 연습에 임하지만, 우연히 프로게이머가 된 선수들은 이를 못 버티고 '태업'을 하게 되는 것이다. 랭킹이 실력의 지표가 되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 선수의 의지까지 반영해주진 않기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이다.

더 큰 문제는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면서도 권리를 주장하는 프로게이머들이 많다는 것이다. 신생팀 대부분은 게임단주가 사비를 들이거나 중소기업의 소규모 후원으로부터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팀과 선수가 함께 성장해야하는 특수한 관계이지만 업계 관계자들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대기업 팀 소속 프로게이머들과 동등한 지위를 누리려는 선수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대기업 팀 소속 프로게이머와 같은 것들을 누리고 싶다면 선수로서 자신이 속한 팀이 투자받을 수 있도록 가치를 상승시키거나 스카웃을 당할 정도로 대회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런 부류의 선수들은 이도저도 아닌 경우가 많다.

한 프로게임단 관계자는 "1부 리그도 못 올라간 선수들이 연습은 제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너무 많은 것을 누리려고 한다"고 탄식했다. 개인방송이나 관련 커뮤니티를 통해 '네임드'가 되자 자신이 뭐라도 된 듯 행동하는 선수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진짜로 정상에서 경쟁하고 있는 선수들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나마 선수들은 개인방송으로 돈이라도 벌지, 우리 같은 사람들은 매달 빚만 늘어간다"며 팀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부분 e스포츠가 홍보효과가 좋다 해서 팀을 창단한 개인이나 기업들일 텐데, 불성실한 선수들이 팀에 한둘만 있어도 성적은 내지 못하고 돈만 날리게 되는 것이다. 최악의 선수들을 만난 팀들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팀을 정리하거나 후원을 끊는다. 결국 일부 불성실한 선수들의 무책임한 행동들은 제 살 깎아먹기나 다름없는 셈이다. 자신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설자리까지 줄어든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겉으로만 봐선 멋있어 보이고 쉬워 보이지만 프로게이머는 결코 쉽지 않은 직업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했다가는 여럿이 피해를 보게 되니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팀들도 당장 성적을 내는 것에 급급해하지 말고 장기적 안목으로 선수를 선발할 필요가 있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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